공교롭다. 이정후가 떠난 자리를 메꾸기 위해 들어온 신인급 선수가 너무 잘한다. 주인공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루이스 마토스(22). 마토스는 지난 11일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가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지자 12일 마이너리그(트리플 A)에서 올라왔다. 마이너리그 성적은 31경기 타율 0.218 27안타 3홈런. 그런데 이정후(26)가 어깨 부상으로 못 나오게 되자 중견수로 출장 기회를 잡았다. 그 이후 10경기에서 타율 0.325 2홈런 18타점 6득점 13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891. 그야말로 엄청난 활약이다. 부상 전 이정후(37경기 0.262 2홈런 10타점) 기록을 능가했다.

지난 18일 로키스전에서 5회말 플라이 볼을 잡아내는 자이언츠 마토스. /AFP 연합뉴스

18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5타수 3안타 5타점을 올렸고, 19일에도 로키스를 상대로 5타수 3안타 6타점을 기록했다. MLB닷컴은 “자이언츠 선수가 2경기 연속 5타점 이상을 수확한 건 빌 테리(1932년), 돈 뮬러(1951년), 잭 클라크(1982년) 이후 마토스가 네 번째’라고 소개했다. 그 활약을 바탕으로 마토스는 내셔널리그(NL) 이주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자이언츠도 이정후가 부상을 입은 13일부터 9경기 6승3패로 되레 승률이 올라갔다. 마토스는 23일 피츠버그 파이리츠 원정 경기에서도 9회 동점 발판을 마련하는 안타를 포함해 6타수 2안타 1타점으로 9대5 팀 승리에 기여했다.

마토스는 베네수엘라에서 아버지와 삼촌, 사촌들이 야구 선수를 한 ‘야구 집안’에서 태어났다. 2018년 7월 국제 계약을 통해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당시 받은 계약금은 72만5000달러(약 10억원). 올해 연봉은 56만8854달러(약 7억 7500만원)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 주로 교체 선수로 나와 76경기 타율 0.250 2홈런 14타점 24득점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이정후 입단으로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으나 이정후 공백으로 기회를 잡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다저스전에서 3점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마토스. /AP 연합뉴스

다만 자이언츠로선 마토스가 아무리 잘해도 6년 1억1300만달러(약 1540억원)를 투자한 이정후에게 우선순위를 줄 수밖에 없다. 자이언츠 멜빈 감독도 “마토스가 지금 잘해주고 있는 건 맞다. 그러나 우린 이정후의 공백을 느끼고 있다. 그는 이 팀에 열정을 불어넣어준 선수이고, 주변에 있는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전파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