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에 4대0으로 완승, 대이변을 일으키며 사상 첫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야구로 온 국민을 하나로 묶은 대만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지난 24일 일본 도쿄돔. 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대만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일본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수퍼라운드(4강)에서 1승 2패에 머문 대만은 미국, 베네수엘라와 TQB(Team Quality Balance·(득점/공격이닝)-(실점/수비이닝))를 따져 결승에 올랐다. 대만은 조별 리그, 수퍼라운드에서 일본에 두 번 모두 졌지만 가장 중요했던 결승에서 이겼다.
경기는 대만이 초반부터 일본 선발 도고 쇼세이를 압박하며 기세를 올리더니, 5회초 터진 천체슈엔의 3점 홈런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천체슈엔은 1-0으로 앞선 1사 1·2루 상황, 일본 투수 도고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우측 담장을 넘겼다. 홈런이 터진 순간 도쿄돔은 숨 막히는 정적에 휩싸였고, 대만 관중석에서는 폭발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만 마운드에서는 선발 린위민이 4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일본의 강력한 타선을 묶었다. 린위민은 국제대회에서 ‘한국 킬러’로 명성이 높은 선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과의 예선 2차전 경기에 선발로 출전, 한국 대표팀 타선을 6이닝 4피안타 6탈삼진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나 한국과 결승전에서 다시 한번 등판했지만 두 차례 폭투와 더불어 5이닝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으로 패배를 떠안았다. 이번 프리미어12 한국과의 1라운드 경기에서 4와 3분의 2이닝 2실점 2피안타로 호투했다. 이후 장이, 천관위, 린카이웨이 등이 이어 던지며 일본 타선을 침묵시켰다.
결승전 종료 후, 이번 대회 무패 행진을 이어간 일본이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란 듯이 깬 대만은 축제의 도가니로 변했다. 대만 총통 라이칭더(賴清德)는 경기 직후 SNS를 통해 “대만 대표팀은 우리의 영웅이다. 그들은 대만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전 세계가 우리를 찬사하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라이 총통은 대표팀의 귀국 비행기에 대만 공군 전투기를 동원해 호위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총통 관저에 초대해 대접하고, 퍼레이드를 열어 영웅들의 귀환을 환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는 협력해 선수단 전원에게 2년간 MRT(대만 지하철) 무료 이용권도 제공하기로 했다. 대만은 이번 우승으로 3억1000만대만달러(약 133억원)의 상금을 받는다.
타이베이101 빌딩은 우승을 축하하는 “월드 챔피언” “팀 타이완” 등의 메시지로 조명을 밝혔고, 타이중 시청 앞 광장에는 3만명 넘는 팬이 모여 40분간 불꽃놀이를 즐겼다. 대만 언론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32년 만의 일본전 승리와 비교하며 “대만 야구사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대만은 당시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은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반면 일본은 예상치 못한 완봉패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은 결승전 전까지 국제 대회 27연승을 이어오며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결승 홈경기에서 대만에 완봉패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일본이 국제 대회에서 완봉패를 당한 것은 2009년 WBC에서 한국에 0대1로 패한 이후 처음”이라며 충격을 전했다. 경기 후 일본 대표팀의 투수 다카하시 히로토는 은메달을 받은 직후 목에서 메달을 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목표는 전승 우승이었다. 바라던 색의 메달이 아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