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팀 LA 다저스가 폭풍 영입을 이어가고 있다. MLB닷컴은 20일 다저스가 ‘오타니 킬러’로 불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좌완 불펜 투수 태너 스콧(31)을 4년간 7200만달러(약 1045억원)에 영입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일본 광속구 투수 사사키 로키를 영입한 데 이어 정상급 불펜 투수 스콧까지 데려오면서 ‘지구 방위대’ 구축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퍼붓고 있는 셈이다. 올해 다저스가 선수단에 지급해야 하는 실제 급여만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시즌 도중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파드리스로 이적한 스콧은 72경기 9승6패 11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 1.75라는 압도적 성적을 냈다. 직구 구속이 평균 156km에 이르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주무기로 삼는다. 스콧은 특히 다저스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9타수 1피안타를 기록하며 ‘오타니 킬러’로 불렸다. 다저스는 같은 지구 강력한 라이벌인 파드리스 핵심 투수를 빼온 데다 오타니 난적까지 제거한 셈이니 ‘일석이조’다.
다저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사이영상 경력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과 사사키 로키를 영입하고, 오른손 구원투수 블레이크 트레이넨과 재계약을 맺은 데 이어 스콧마저 영입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중심 타자 마이클 콘포토와 김혜성도 있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억4000만달러였던 다저스 선수단 연봉은 올해 2억8500만달러(약 413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 액수도 실제 액수보다는 낮다. 다저스가 계약 총액 중 일부를 계약 기간 종료 후 지급하는 ‘지불 유예(디퍼)’ 조항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스콧과 계약에서도 7200만달러 중 2100만달러를 계약 기간 후 지급하기로 했다.
오타니도 10년간 7억달러 계약을 맺었지만 6억8000만달러를 지불 유예했기 때문에 다저스 소속으로 10년간 받는 돈은 약 2000만달러에 불과하다. MLB 사무국은 특정 구단이 너무 많은 돈을 써 전력 불균형이 심해지는 걸 막기 위해 일정 한도가 넘으면 ‘사치세(경쟁 균형세)’를 매기는데 이는 실제 지급 연봉이 아닌 선수 계약 총액과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기준을 삼는다. 스포츠 매체 ESPN은 다저스 올해 사치세 부과 대상 총연봉은 3억7500만달러(약 5441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2위 필라델피아 필리스(3억800만달러)보다 월등히 많다.
미 현지에선 “다저스가 지불 유예라는 꼼수로 ‘새로운 악의 제국’을 만들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쟁 구도를 깨트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저스는 초호화 선수단을 꾸려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린다. MLB닷컴은 “1998~2000시즌 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3연패 이후 연속 우승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다저스가 이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