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52·일본)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MLB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를 선정하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2일(한국시각) 올해 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이치로가 전체 394표 가운데 393표(99.75%)를 획득하며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고 밝혔다. 2019년에 은퇴한 그는 5년 뒤인 올해 처음 명예의 전당 후보 등록 자격을 갖췄는데, 한번에 입성에 성공했다.
입성 기준(75%)은 가뿐히 넘겼지만 만장일치 헌액에는 한표 모자랐다. MLB 역사상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헌액은 MLB 역대 최다 세이브(652세이브)를 기록한 마리아노 리베라(56)가 유일하다. ‘천재 타자’ 데릭 지터(득표율 99.75%), 원조 강속구 투수 놀란 라이언(98.79%) 등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도 만장일치 입성에는 앞서 실패한 바 있다.
이치로는 MLB에서만 19시즌을 뛰며 3089개의 안타를 때려낸 타격 기계다. 일본프로야구(NPB) 기록(1278개)까지 합하면 프로 통산 4257개의 안타를 쳤다. NPB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9시즌을 뛰고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뛰어든 그는 타율 0.350 242안타 56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석권했다. 화려한 데뷔였다. 2004년엔 262개의 안타를 치면서 MLB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했고, 데뷔 이후 2010년까지 매 시즌 200안타 이상을 치며 꾸준함도 증명했다.
뉴욕 양키스 출신 좌완 투수 CC 사바시아(86.8%)와 역대 최고 좌완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빌리 와그너(82.5%)도 올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한때 지구 최고의 타자였지만 금지약물 적발로 불명예를 안은 알렉스 로드리게스(37.1%)는 4년째 입성에 도전했지만 또 다시 실패했다.
1936년 세워진 명예의 전당은 MLB 역사에 남을 명선수, 명감독, 심판, 해설자 등 야구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명예의 전당 후보가 되려면 MLB에서 10시즌 이상 활약하고 현역 은퇴 이후 5시즌이 지나야 한다. 투표에서 입성기준(75%)를 충족하지 못하면 10년 동안 재도전 기회가 주어지고, 득표율 5% 미만 후보는 이듬해 투표 대상에서 빠진다. 투표권은 MLB에서 10년 이상 취재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취재진에게 부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