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길준영 기자]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24)가 등번호 11번을 양보해준 미겔 로하스(36)에게 사케(일본술)와 술잔을 선물했다.
LA 다저스는 13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사사키가 등번호를 양보해준 로하스에게 선물을 해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사사키는 “등번호를 양보해줘서 고맙다. 이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술과 전통 유리잔이다”라며 로하스에게 선물을 건냈고 로하스도 “정말로 고맙다”라고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
사사키는 지난달 18일 다저스와 신인 계약금 650만 달러(약 93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64경기(394⅔이닝) 29승 15패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한 일본 최고의 에이스인 사사키는 2022년 일본프로야구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시속 160km가 넘는 강속구와 날카로운 스플리터를 던지며 사이영상을 수상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 미국매체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일본에서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건강이 유일한 불안 요소로 지적을 받고 있다.
다저스에 온 사사키는 등번호 11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바롯데에서 뛰던 시절 사사키는 등번호 17번을 사용했고 국가대표에서는 14번을 사용했다. 하지만 다저스에서 14번은 길 호지스의 영구결번이며 17번은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사용중이다. 이에 사사키는 등번호 11번을 골랐다.
사사키에 앞서 다저스에서 등번호 11번을 사용하고 있던 선수는 로하스였다. 로하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11시즌(2014~2024년) 동안 1182경기 타율 2할6푼(3511타수 912안타) 50홈런 336타점 399득점 62도루 OPS .672를 기록한 베테랑 내야수다. 2014년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그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마이애미로 팀을 옮겼다. 2023년에는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에 돌아왔다.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을 당시 등번호 72번을 달았던 로하스는 다저스에 복귀한 뒤에는 11번을 사용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사키에게 등번호를 양보하면서 다시 72번으로 돌아간다. 로하스 같은 베테랑 선수가 사사키 같은 신인선수에게 등번호를 양보하는 것은 이례적인 대우다.
등번호를 양보 받으면 양보를 받은 선수가 양보를 해준 선수에게 선물을 해주는 것이 관례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1조174억원) 계약을 맺은 이후 원래 등번호 17번을 사용하고 있던 조 켈리에게 포르쉐를 선물하고 등번호를 양보 받은 바 있다.
로하스는 “나는 선물을 해줄 필요가 없다고 여러번 이야기했다. 반대 입장에서는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들을 위해 번호를 양보하곤 한다. 그렇지만 나는 오히려 너에게 등번호를 양보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 번호가 너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1번은) 나에게도 의미가 있다”라고 말한 로하스는 “11번은 나와 우리 팀에 의미가 있는 번호다. 나 이전에 11번을 달았던 선수(매니 모타)는 LA에서 인기가 많았다. 우리 문화에서는 중요한 선수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등번호 11번의 의미를 알려줬고 사사키가 좋은 활약을 해주기를 응원했다.
선물 받은 사케의 포장을 열어 술병을 본 로하스는 “이건 마시기 힘들 것 같다. 그냥 보관을 하려고 한다”면서 푸른색 술잔을 들고 “다저스의 색깔이다”라며 웃었다. 이어서 “나는 집에 바가 있다. 그곳에 월드시리즈 우승이나 2014년 (클레이튼) 커쇼가 노히터를 달성했을 때 그가 모든 선수들에게 선물해준 기념주 같은 것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 이 술도 거기에 둬야겠다”라고 덧붙였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