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개막 로스터에 탈락한 김혜성(26)이 시작부터 살벌한 팀 내 경쟁을 실감했다. 시범경기에서 4할 타율을 친 데이비드 보티(31)도 마이너 캠프로 강등될 만큼 다저스 ‘뎁스’는 엄청나다.

다저스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을 끝으로 개막이 열리는 일본 도쿄로 넘어가기 전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저스는 경기 후 로스터 변동을 알렸는데 총 7명의 선수들이 마이너리그로 이동했다.

40인 로스터 선수 중 내야수 김혜성과 투수 바비 밀러가 마이너 옵션을 통해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로 내려갔다. 초청선수로 시범경기에 출전한 투수 지오바니 가예고스, 포수 달튼 러싱, 내야수 데이비드 보티, 마이클 체이비스, 외야수 에디 로사리오도 마이너 캠프로 재배치됐다.

미국 ‘LA타임스’는 ‘다저스는 7명의 선수를 마이너리그 캠프로 보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5선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 밀러와 주전 2루수 경쟁을 할 것으로 보였던 김혜성이었다’며 ‘밀러는 첫 등판에서 강습 타구를 맞은 뒤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혜성은 15경기에 출장했지만 타율 2할7리에 29타수 11삼진으로 부진했다. 2루수, 유격수, 중견수를 넘나든 김혜성보다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4명뿐이었다’고 전했다.

김혜성에게 충분히 기회를 줬지만 타격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 15경기 중 선발은 5경기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타석수로 보면 팀 내 5위였으니 기회는 충분했다. 그러나 15경기 타율 2할7리(29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6득점 4볼넷 11삼진 2도루 출루율 .303 장타율 .310 OPS .613의 성적은 많이 아쉬웠다.

김혜성이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김혜성은 애리조나에 계속 남아 타석에 서게 될 것이다. 최근 4경기에서 정말 잘했다. 타석에서 훨씬 편안해 보인다. 수비도 정말 좋고, 중견수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좋은 선수이고, 잘하고 있지만 여기 머물면서 타격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트리플A행 이유를 말했다.

기록만 보면 김혜성보다 더 마이너행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수가 있다. 마이너리그 계약 후 초청선수로 합류한 보티는 14경기 타율 4할(30타수 12안타) 2홈런 9타점 7득점 4볼넷 6삼진 출루율 .471 장타율 .700 OPS 1.171로 맹타를 휘둘렀다. 다저스 팀 내 최고 타율, OPS로 시범경기를 후끈 달궜지만 개막 도쿄행이 불발됐다.

주 포지션이 3루수인 보티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1루수, 2루수도 커버했다. 그러나 다저스에는 주전 3루수 맥스 먼시와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이 버티고 있고, 2루에도 이 자리를 커버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4명(토미 에드먼, 키케 에르난데스, 미겔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이나 있어 보티를 억지로 넣을 필요 없었다.

그만큼 다저스는 투타 가릴 것 없이 선수층이 두껍고,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웬만한 성적으로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 메이저리그 신분도 보장돼 있어야 하고, 그만큼 성적도 따라줘야 한다. 김혜성은 40인 로스터에 들어있지만 성적이 부족했고, 보티는 성적이 좋았으나 논로스터 선수라는 신분의 한계에 부딪쳤다.

보티는 개막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하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이 있다. 다저스 타격 코칭스태프의 지도 속에 짧은 시간 타격 반등을 이룬 만큼 내야수가 부족한 팀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보티는 충분히 다저스에 온 가치가 있다.

반면 김혜성은 3년 보장 1250만 달러에 계약돼 있는 만큼 자신의 의지로 다저스를 떠날 순 없다. 앞으로 3년간 다저스에서 살벌한 경쟁을 계속해야 한다. 다른 팀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우승팀’ 다저스를 택한 김혜성 스스로도 이 정도 경쟁은 각오했을 것이다.

당분간 가시밭길이 열렸지만 그만큼 더 강해질 기회로 삼아야 된다. 트리플A에서 새로운 타격폼에 적응할 시간을 벌었고, 그 시간 동안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메이저리그 콜업이 왔을 때 확실하게 준비된 상태로 올라와야 경쟁을 뚫을 수 있다. 에르난데스, 로하스, 테일러 등 30대 중반 유틸리티 야수들과 계약이 올해로 끝나는 다저스는 김혜성을 내년 이후 대안으로 보고 멀티 포지션을 준비시키고 있다. 타격뿐만 아니라 유격수, 중견수 수비까지 트리플A에서 보장된 기회 속에 적응하는 편이 멀리 보면 김혜성에겐 더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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