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을 장전한 오타니 쇼헤이, 여기에 일본인 메이저 리거 선발 투수가 나란히 마운드에 올라 맞대결을 펼친다. 18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의 개막 시리즈(도쿄 시리즈)가 드디어 막을 올린다. 야구 대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은 도쿄로 전 세계 야구 팬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다저스는 야구 사상 역대 투수 최고 보장액으로 계약한 일본인 에이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27), 시카고 컵스는 지난해 MLB에 진출하자마자 리그 최상급 투수로 거듭난 ‘던지는 철학자’ 이마나가 쇼타(32)를 선발로 예고했다.

(왼쪽부터)사사키-야마모토-오타니./LA 다저스 공식 SNS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역시 ‘1조원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31)다. 지난해 10년 총액 7억 달러(약 1조137억원)에 다저스로 이적해 MLB 사상 최초 50홈런-50도루(54홈런-59도루)를 달성한 오타니는 지난 15일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평가전에서 시원한 투런포를 터트리며 대포 예열을 마쳤다. 이번 개막 시리즈에서도 1번 지명타자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 2년 연속 투수 5관왕, 3년 연속 4관왕 등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작년 다저스와 12년간 총액 3억2500만달러(약 4704억원)로 역대 투수 최고 보장액으로 계약한 특급 선발이다.

다만 작년 MLB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부상까지 당하며 18경기 출전에 7승 2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작년 서울에서 열린 개막 시리즈에서 가진 MLB 데뷔 등판에서 1이닝 5실점으로 충격 강판된 아쉬움이 큰 만큼 고국에서 열리는 시즌 개막전에서는 맹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이마나가 쇼타. AFP연합뉴스

컵스 선발 이마나가 쇼타는 지난해 31세 다소 늦은 나이에 MLB에 진출, 29경기에서 15승 3패 평균자책점 2.91로 단박에 컵스의 에이스로 부상했다. 지난 시즌 MLB 올스타에 선정됐고 신인상 투표에서 4위, 사이영상 투표에서 5위에 올랐다. 다독과 명상,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프로 정신으로 일본에선 ‘던지는 철학자’로 불린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지난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한 뒤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이마나가를 꼽으며 “회전수가 그렇게 많은 공은 처음 봤다. 포수가 안 받으면 백네트까지 뚫고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세 선수 외에도 컵스에서는 일본 강타자 스즈키 세이야, 2차전에서는 다저스 선발로 강속구 투수 사사키 로키 등이 출전할 예정이다. 스즈키를 제외한 일본 메이저리거 4명은 2023 WBC에서 일본의 전승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도쿄 시리즈로 야구 축제 분위기에 젖은 일본 야구는 메이저 리그 팀과의 연습 경기로 일본 야구의 저력을 전 세계에 다시금 과시했다. 지난 15, 16일 열린 연습 경기에서 일본 한신 타이거스가 다저스와 컵스를 상대로 모두 3대0 완승을 거둔 것. 특히 16일 열린 다저스와의 경기에서는 한신 선발 사이키 히로토가 4이닝 퍼펙트를 기록하며 5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오타니를 비롯한 다저스 강타자들을 모두 잠재우며 호투해 인상을 남겼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사이키에 대해 “메이저리그급 구위였다”는 극찬을 보냈다.

일본 메이저 리거들의 맹활약으로 성사된 이번 MLB 도쿄 시리즈는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다. 다저스와 컵스가 MLB 개막전에서 만나는 건 1963년 이후 62년 만. 다저스는 1963년 개막전에서 컵스에 승리했고 그해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년 연속 월드 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다저스로선 62년 전 즐거운 추억을 재현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