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통산 110승을 기록 중인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39·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시즌이 시작도 안 했는데 피로 누적을 호소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서 에이징 커브가 찾아온 모습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투구 프로그램을 중단한 다르빗슈의 시즌 시작이 늦어질 위기라고 전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다르빗슈가 전반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로선 언제 투구를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다르빗슈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 선발등판, 4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이날 최고 시속 95.9마일(154.3km), 평균 94.2마일(151.6km) 포심 패스트볼을 뿌리며 개막에 맞춰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듯했다.
그 다음날 캐치볼까지 한 다르빗슈는 그러나 이틀 동안 공을 잡지 않았다. 쉴트 감독은 “그는 이전에도 피로감을 느낀 적이 있고, 지금도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 시즌이 길기 때문에 속도를 조금 늦춰서 일정을 재검토하려 한다”며 “며칠 동안 휴식을 취했는데 유동적이다. 우리는 매일 그를 평가 중이고, 의학적인 관점에서 어떤 반응일지도 지켜볼 것이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큰 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가볍게 여길 수 없다. 1986년생으로 어느새 40세가 눈앞인 다르빗슈의 나이가 가장 큰 우려 요소다. 지난해에도 목, 고관절, 팔꿈치 등 여러 군데가 아파 3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이상 조짐을 보였다. 가족 문제로 제한선수명단에도 오르며 16경기(81⅔이닝) 투구에 그쳤다. 7승3패 평균자책점 3.31 탈삼진 78개로 경쟁력 있는 투구를 했지만 자리를 비운 시간이 길었다.
다르빗슈의 지난달 발언도 그의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다르빗슈는 지난달 27일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느끼면 야구를 그만둘 것이다”고 말했다.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억지로 선수 생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미 발언이었다. 자녀가 7명이나 되는 것도 은퇴를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 다르빗슈는 “난 아이가 많다. 가족과 야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가 된 다르빗슈이지만 문제는 그의 계약이 올해 포함 앞으로 4년이나 더 남아있다는 점이다. 2023년 2월 샌디에이고와 6년 1억8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한 다르빗슈는 2028년 42세 시즌까지 보장받았다. 올해부터 4년 동안 총 연봉 6700만 달러를 받는다. 만약 은퇴하게 된다면 보장된 연봉을 포기해야 한다.
다르빗슈라면 충분히 거액을 포기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가족 문제 이유로 제한선수명단에 올랐는데 샌디에이고 구단은 부상자 명단에 올릴 테니 그에게 급여를 정상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제한선수명단에 오르면 그 기간 선수는 급여를 못 받는다. 하지만 다르비슈는 재활에 전념하지 않는 상태로 급여를 받는 게 옳지 않다는 이유로 구단 배려를 거절했다.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다르빗슈의 확고한 성향을 고려할 때 몸 상태가 받쳐주지 않는데 억지로 커리어를 이어나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는 아니더라도 남은 4년의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은퇴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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