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들여 LA 다저스 선수단과 일본 도쿄 원정을 함께한 클레이튼 커쇼(37)가 대만족했다. 오타니 쇼헤이(31)의 위상을 제대로 체험하며 일생일대 경험을 했다.
커쇼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2025 MLB 월드투어 도쿄시리즈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의 개막전을 중계한 다저스 전담 방송사 ‘스포츠넷LA’ 중계 부스에 방문해 일본 방문 소감을 밝혔다.
3회초 시작부터 3회말 끝날 때까지 한 이닝을 중계진과 함께한 커쇼는 일본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정말 재미있다. 멋진 경험이고, 일생에 한 번뿐인 경험이다”며 “선수단 전체 저녁 식사 자리가 정말 좋았다. 팀이 하나가 된 자리였고, 지금까지 내가 참석한 저녁 식사 중 가장 멋졌다. 눈앞에 참치가 해체되는 걸 봤는데 정말 대단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지난해 11월 왼쪽 무릎, 엄지발가락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커쇼는 다저스의 도쿄시리즈 31인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자비를 들여 가족과 함께 일본 방문했다. 어깨 통증으로 재활 중이었던 1년 전 이맘때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으로 향한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고 미국 애리조나에 남았지만 올해는 다른 선택을 했다.
“오타니와 함께 일본에 갈 일이 얼마나 있겠냐”며 따라온 커쇼인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오타니가 같은 일본인 선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와 함께 약 2000만원을 들여 마련한 저녁 만찬이 백미였다. 현지 장인들을 초빙해 참치회, 초밥, 닭꼬치 등 고급을 준비했는데 무게 177kg짜리 참치를 해체하는 퍼포먼스가 커쇼 포함 다저스 선수들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휴일날 가족들과 함께 신칸센을 타고 교토 나들이도 다녀온 커쇼는 일본 곳곳에 붙어있는 오타니 광고를 보고 또 놀랐다. 커쇼는 “오타니는 최고의 야구 선수이고, 일본에서 매우 유명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와서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모든 간판이 오타니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다”며 일본 내에서 오타니 영향력을 제대로 느꼈다고 했다.
커쇼는 개막전 다저스 선발로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승리투수가 된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에 대해서도 칭찬을 늘어놓았다. 커쇼는 “야마모토는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예쁜 폼으로 던진다. 캐치볼, 롱토스할 때 폼이 마운드에서도 똑같다. 8살짜리 아들 찰리에게도 그가 던지는 것을 잘 보라고 했다. 가장 이상적인 투구 자세이자 몸 사용법”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야마모토와 캐치볼도 자주 하는 커쇼는 “야마모토는 정말 재미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나라에서 모든 것을 배우며 던져야 했던 작년보다 훨씬 더 편안해진 것 같다”며 “나도 야마모토를 정말 좋아한다.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농담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일본에 온 김에 NPB 공인구도 만져본 커쇼는 “확실히 미국 공인구보다 작고, 조금 더 끈적한 느낌이 든다. 투수가 던지기에 좋은 공이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관중들이 박수치고 환호하다가도 투수가 공을 던지기 순간만큼은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일본 야구장 분위기에 대해선 “마치 골프 대회에 온 것 같다”고 표현했다.
한편 커쇼는 19일자로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다저스가 개막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좌완 투수 저스틴 로블레스키를 마이너 옵션을 통해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로 보내며 우완 투수 맷 사우어를 콜업했고, 40인 로스터 자리 마련을 위해 커쇼를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으로 옮겼다. 커쇼는 빨라야 5월18일 빅리그 복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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