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어뢰 방망이’가 비결이었나. 미 프로 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가 시즌 초반 엄청난 홈런 쇼를 연일 펼치자 그 배경을 놓고 야구계가 술렁였다. 확인 결과, 새로운 배트(방망이)를 대거 도입한 효과로 알려졌다. 이 배트는 일명 ‘어뢰형(torpedo)’으로 불리며 일반 배트와 달리 배럴(barrel·공을 맞히는 가장 두꺼운 부분)이 아래로 내려간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배럴은 보통 배트 끝에서 6~12인치 지점, 즉 배트 길이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이 방망이는 배럴을 손잡이 쪽에 더 가깝게 설계한 게 특징. 무게는 비슷하지만, 무게 중심을 이동한 구조다.
양키스는 최근 밀워키 브루어스와 3연전에서 홈런 15개를 터뜨렸다. 2차전에선 안타 16개를 쳤는데 9개가 홈런이었다. 양키스 방송 해설자 마이클 케이는 “이 어뢰형 배트는 공과 접촉하는 단단한 부분을 공이 자주 맞는 위치로 옮겨 타구가 더 멀리 나가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양키스 구단 분석팀이 앤서니 볼피(24) 타격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대부분 타구가 라벨 쪽(배럴보다 손잡이 가까운 쪽)에 맞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지점에 단단한 목재를 집중시킨 새 배트를 제작했다. 이 배트는 현재 마이애미 말린스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에런 린하트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하트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7~2014년 미시간대 물리학 교수로 재직한 이색 경력자. 2017년부터 독립 리그(애틀랜틱리그)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해 양키스 분석가로 합류, 2년여 동안 이 어뢰형 배트를 개발했다. 그는 “타격 시 공과 맞닿는 부분에 최대한 많은 무게를 실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서 “데이터와 실험을 기반으로 한 정밀 설계를 통해 기존 배트보다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양키스 내에선 장칼로 스탠턴, 폴 골드슈밋, 코디 벨린저, 오스틴 웰스, 볼피, 치점 주니어 등이 사용한다고 전해졌다. 탬파베이 레이스 주니어 카미네로도 이 배트를 쓰고 있다.
부정 배트가 아닌가 의문을 제기하는 팬들도 있지만 MLB 사무국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배트는 매끄럽고 둥근 형태, 최대 지름 2.61인치, 최대 길이 42인치, 한 조각 원목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맞고 ‘실험적인 배트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있는데 이를 거쳤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앞으로 다른 팀들이 이 배트를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