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또 하나의 역수출 신화를 낳을까. 지난해 NC 외인 투수로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를 사실상 평정하며 최동원상까지 수상한 카일 하트(33)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발 투수로 낙점돼 1일 시즌 첫 등판에서 선발승을 따냈다. 자신의 생애 첫 메이저리그 무대 승리다.
하트는 1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2점 모두 솔로 홈런으로 허용했지만 KBO 무대를 평정한 준수한 피칭으로 감격의 승리를 따냈다.
1회초 선두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하트는 후속 타자인 호세 라미레즈에게 선제 솔로포를 허용했다. 자칫 무너질 위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하트는 후속 타자를 다시 헛스윙 삼진과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2회에는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파드리스가 2회말 4점을 내면서 4-1로 앞선 3회초 하트는 다시 가디언스 선두 타자 오스틴 헤지스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득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5이닝을 잘 막아냈다. 지난해 한국 무대에서 새로 장착한 변화구 스위퍼를 활용해 삼진 3개를 잡아냈다. 한국 타자들을 압도한 날카로운 제구도 여전했다.
파드리스 타선이 하트의 MLB 첫 승리를 위한 득점 지원에 나섰다. 5회말 다시 3점을 더 내면서 7-2로 점수 차를 벌렸고, 파드리스 불펜이 추가 실점을 주지 않으면서 파드리스는 7대2로 가디언스를 꺾으며 구단 역사상 첫 개막 5연승을 달성했다.
미국 오하이오 신시내티 출신인 하트는 한국 무대에 오기 전까지는 메이저리그에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2016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된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143경기 42승 47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시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4경기에서 11이닝 0승 1패 평균자책점 15.55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무대 진출은 그의 커리어의 극적인 반환점이 됐다. 2024시즌 NC에 입단, 지난해 KBO리그에서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승 3패 평균자책점 2.69에 탈삼진 리그 1위, 평균자책점과 승률 2위, 다승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시즌 최고의 투수로 부상했다. 지난해 우승팀 KIA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제임스 네일, 삼성의 원태인 등을 제치고 최동원상과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까지 차지했다.
올해 하트는 NC의 거듭된 재계약 제의를 뿌리치고 자신의 꿈인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좀처럼 소속팀을 찾지 못하다 지난 2월 샌디에이고와 올해 100만달러를 받고 내년 계약 연장 시 500만달러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올해 시범 경기 2경기에서 7과 3분의 2이닝 동안 0승 2패 평균자책점 9.39로 부진하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지만 파드리스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가 컨디션 난조로 급작스레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면서 극적으로 팀의 5선발로 낙점됐다. 그리고 이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다. 경기 후 하트는 “빅리그에서 2~3년 정도 못 본 선수는 기억하는데 5년 정도 지나면 ‘그 선수는 끝났구나’라고 보통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도 거뒀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덕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