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42번의 기(氣)를 받은 걸까.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6일(한국 시각)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다시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현지 4월 15일)은 MLB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기리는 ‘재키 로빈슨 데이’라 이정후를 비롯한 MLB 전 구단 선수가 로빈슨의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 파란색 등번호 42번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이날 3번타자 중견수로 출전한 이정후는 초반 두 타석에선 잠잠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헤수스 루자르도(28)의 시속 157km 직구를 받아쳤지만 1루 땅볼로 물러났다. 4회에는 삼진을 당했다. 루자르도는 이날 경기 전까지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했던 수준급 투수. 전날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부진했던 흐름을 이어가는 듯했다. 한 경기 삼진 3개는 MLB 데뷔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루자르도의 135km 스위퍼를 당겨 오른쪽 선상을 뚫는 2루타를 때려냈다. 하루 만에 다시 신고한 안타. 시즌 9호 2루타로 이 부문 MLB 전체 1위 자리를 지켰다. 팀이 2-2로 맞선 상황에서 만든 2루타라 값졌다. 이후 루자르도는 후속타자 맷 채프먼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흔들리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정후는 교체된 투수 오리온 커커링의 폭투로 3루까지 진출한 뒤 윌머 플로레스의 땅볼 때 홈을 밟아 3-2 역전 득점을 올렸다.
이정후는 8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무사 1·3루 상황에서 우익수 앞 안타를 때리며 타점까지 올렸다. 상대 호세 알바라도(30)의 161km 싱커를 통타했다. 이날까지 이정후의 타율은 0.333(전체 10위), OPS(출루율+장타율)는 1.051(전체 8위)로 모두 MLB 전체 10위 이내다. 수비에서도 3회 1사 1루 상황에서 중견수 뜬공을 잡아낸 뒤 정확한 송구로 2루로 달리는 1루 주자 브라이스 하퍼(33)를 아웃시키며 안정감을 뽐냈다. 자이언츠는 7회 하퍼의 2점 홈런 등에 힘입은 필리스에 4대6으로 졌다.
재키 로빈슨 데이는 2009년부터 16년째 이어진 MLB 대표적인 연례행사다. MLB 사무국은 1997년 MLB 최초 흑인 선수로 차별을 이겨내고 리그 전설적인 2루수로 활약한 로빈슨의 업적을 기려 그의 등번호 42번을 전 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