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이 떠난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지난해 93승(69패)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내면서 지구 2위(MLB 전체 5위)로 와일드카드를 받아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올해는 암울한 전망이 줄을 이었다. 구단주가 투자를 줄이면서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을 비롯, 유릭손 프로파르(32·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카일 히가시오카(35·텍사스 레인저스), 태너 스콧(31·LA 다저스) 등이 팀을 떠났다. 빈자리를 채울 신규 영입도 없었다. 미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력 보충 부문에서 파드리스에 ‘F’ 등급을 줬다. 각종 스포츠 매체들이 평가한 순위는 지구 3위에 83~84승 정도를 거둘 것이란 예상. 잘해야 와일드카드 턱걸이 아니면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를 점치는 전문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반전이 벌어졌다. 18일(한국 시각) 현재 15승 4패(승률 0.789)로 MLB 전체 1위. 같은 지구 라이벌 오타니 쇼헤이(31)의 LA 다저스(14승 6패)와 이정후(27)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3승 6패)를 제치고 질주하고 있다. 공수 모두 최상위권이다. 팀 타율(0.274)이 MLB 30팀 중 가장 높고, 실점(51점)은 가장 적다.
이정후는 18일 휴식차 선발 출전에서 제외됐지만 9회 대타로 출전해 내야안타를 기록하며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타율 0.348로 NL에서는 공동 2위에 올랐다.
◇빈자리 메우는 새로운 선수들
김하성 자리(유격수)는 지난해 부진을 겪었던 산더르 보하르츠(33)가 책임지고 있다. 최악의 지난 시즌(타율 0.264, OPS 0.688)을 보냈던 보하르츠는 올 시즌 19경기 0.258, OPS 0.707로 좀 더 전진하고 있다. 그는 수비에서도 지난해 114경기 9실책을 기록했는데 올해 유격수로 나와 실책은 1개뿐. 수비에서 안정감을 찾고 있다.
포수 히가시오카가 떠난 안방은 엘리아스 디아스(35)가 메우고 있다. 지난해 시즌 도중 로키스에서 방출된 뒤 파드리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어 히가시오카 백업으로 있다가 올해 연봉 350만달러(약 49억원)로 재계약했다. 올 시즌 주전 포수로 활약하면서 마이클 킹(30) 완봉승(14일), 카일 하트(33) 6이닝 무실점(13일)을 이끌며 노련한 투수 리드를 보여주고 있다.
킹은 뉴욕 양키스에서 한때 불펜 투수로 애매한 위치였지만 파드리스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꾼 뒤 지난해 31경기 13승 9패 평균자책점 2.95, 이번 시즌도 3승 무패 2.42로 확실한 선발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 뛰던 하트 역시 3차례 선발 등판에서 2승 5.40으로 기대를 뛰어넘고 있다.
우완 선발 닉 피베타(32)도 이번 시즌 파드리스와 4년 계약을 맺고 4경기 3승 1패 1.57로 선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에선 6승 12패 4.14였지만 확실한 선발 자원이 됐다. 팀 에이스 조 머스그로브(33)와 다르빗슈 유(39)까지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들이 그 자리를 메운 셈이다.
불펜에서는 스콧이 빠졌지만 마무리 투수 로베르트 수아레스(34)는 8세이브, 9이닝 10탈삼진 평균자책점 0, 중간 계투 제이슨 애덤(34)과 제러마이아 에스트라다(27)도 각각 0.87을 기록하며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실트 감독의 ‘원팀’ 리더십 발휘
마이크 실트 감독은 지난해부터 ‘근성 야구(Gritty Baseball)’를 강조하며 선수들을 하나로 묶었다. 미 현지 매체들은 “이번 시즌 실트는 매 경기 NFL(미 프로풋볼) 감독이나 월드시리즈처럼 치열하게 몰입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과 투지로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시즌부터 팀을 맡은 그는 스프링캠프 이전부터 매니 마차도(33),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6) 등 핵심 선수들을 중심으로 리더십 그룹을 조직했다. 이들과 함께 팀 문화 방향성을 설정하고, 매 경기를 복기하는 루틴을 정착시켰다. 경기에 이기는 방법으로 ‘작은 디테일에서 출발한다’는 신념은 선수들에게 깊게 스며들어 파드리스는 시즌 초반부터 4점 차 역전승, 9회말 끝내기 등 다수 접전 승리를 따냈다.
팀 내 수퍼스타들도 한 몸이 됐다. 간판 마차도는 스토브리그 때 김하성을 떠나보내며 “우리 팀 핵심 전력이었던 몇몇 선수를 다른 팀으로 떠나보낸 것에 약간 실망했다”고 했다. 그런 그도 지난 10일 “초반에 이탈자가 있었지만, 오히려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 똘똘 뭉쳤다”고 언급했다. 마차도는 지난 시즌 타율이 0.275에 불과했지만, 이번 시즌 0.324 4홈런에 안정적 수비로 팀을 이끌고 있다.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 2월 스토브리그 당시 “몇 년 동안 함께했던 동료들이 계속 팀을 떠나는 모습을 보는 건 쉽지 않다. 우리는 챔피언을 원한다. 프런트가 그 의지를 좀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우려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그는 “우리의 강점은 서로 돕고 함께 나아가는 원 팀 정신”이라며 현재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02경기에 나와 0.276, 21홈런에 그쳤지만, 올해 타율 0.348, 24안타(6홈런), 14타점, 18득점, OPS 1.028로 자이언츠 이정후와 타격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