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활약에 한·미·일 모두 들썩이고 있다.
이정후는 20일(한국 시각)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와 벌인 경기에서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를 기록해 팀의 3대2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16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이후 5경기 연속 안타 행진. 이번 시즌 나선 20경기 중 17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했다. 현재 타율은 0.355, OPS(출루율+장타율)는 1.044로 각각 내셔널리그(NL) 전체 3위, 5위에 올라 있다. MLB 전체로 잡아도 6위, 9위로 상위권이다. 상대 팀 에인절스 론 워싱턴 감독은 “이정후는 젊은 이치로 같다”고 평가했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제 이정후를 ‘수퍼스타’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MLB 홈페이지는 지난 19일 이정후를 ‘바람의 손자(Grandson of the Wind)‘로 표현하며 “야구계에서 매우 가치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라며 “타격왕 후보로 꼽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특히 지난 12~14일 뉴욕 양키스와 치른 3연전에서 홈런 3방을 쏘아 올린 일을 언급하며 “전국구 스타에 올랐다”고 했다.
자이언츠는 최근 수년간 브라이스 하퍼(33), 오타니 쇼헤이(31), 애런 저지(33) 등 수퍼스타 영입에 공을 들였지만 모두 실패한 터라 이정후의 등장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정후는 작년 시즌을 앞두고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610억원) 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어깨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해 제 실력을 못 보여줬는데, 올해 제대로 증명하고 있다.
자이언츠 팬들은 유럽 극성 축구 팬들을 일컫는 ‘훌리건’에서 이름을 따 ‘후리건스(HOO LEE GANS)’라는 팬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후리건스 이니셜을 적은 흰색 티셔츠와 불꽃 모양 모자를 단체로 맞춰 입고 응원에 나선다. 이 모습이 이색적이라 이정후가 활약할 때마다 중계 카메라가 이들을 비추곤 한다. 자이언츠 홈구장 오러클 파크에는 이정후 전용 응원석도 있다.
오타니, 사사키 로키(24) 등 메이저리거를 여럿 보유한 일본에서도 화제다. 일본 언론에선 이정후를 “한국의 이치로”로 지칭하며 활약상을 연일 대서특필 중이다. 이정후가 나고야 태생임을 강조하는 기사도 많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이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뛸 때인 1998년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일본 야구 팬들 사이에선 “이정후는 장타력이 뛰어나니 이치로보다 나은 것 같다” “일본 태생이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 대표로 데려오자” 등 농담 섞인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