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을 가진 여성이 프로 테니스 무대에서 ‘볼 키드(Ball Kid)’로 코트를 밟았다. ‘볼 키드’는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나간 공을 줍고 선수들에게 새 공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진행 보조 요원이다.

지난 19일 ATP투어 볼 키드로 나선 보노미. /바르셀로나 오픈 소셜미디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바르셀로나 오픈 조직위원회는 지난 19일 “이날 열린 복식 8강전에 다운증후군이 있는 알레산드라 보노미(24)가 볼 키드로 나섰다”며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프로 테니스) 경기에 나선 첫 사례”라고 밝혔다. 보노미는 다음 날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와 아르투르 필스(21·프랑스) 단식 4강전에도 15분간 볼 키드로 출전했다. 원래 열렬한 테니스 팬으로 지역 테니스 대회에서 종종 볼 키드로 나섰는데, 이번엔 복지재단 주도로 ATP 공식 대회에 나왔다. ATP 투어 대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보노미는 이를 위해 대회 두 달 전부터 매주 이틀씩 두 시간 이상 훈련을 받았다. 테니스 규칙을 사전에 숙지하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보노미는 볼 키드 외에도 선수들에게 휴식 시간 동안 우산을 씌워주는 역할도 함께 맡았다. 이날 보노미가 볼 키드로 활약하자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고 대회 공식 소셜미디어에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 “믿을 수 없다. 자랑스럽다” 등 응원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꿈같은 생각이었는데 현실로 구현되니 매우 기쁘다”며 “장애가 있더라도 인생에서 원하는 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줬다”고 했다.

2012년엔 다운증후군 환자 테디 크레머(당시 29세)가 미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 ‘배트 보이’로 여러 차례 활약했다. 레즈 감독이던 더스티 베이커는 그를 “행운의 부적”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