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뱀포드(27·잉글랜드)는 올 시즌 16년 만에 EPL(잉글랜드 프로축구)에 복귀한 리즈 유나이티드의 ‘리즈 시절(전성기를 뜻함)’을 다시 찾아올 희망이다. 리즈의 최전방 공격수인 그는 이번 시즌 팀 전체 득점(14골)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리그 득점 부문에선 토트넘의 해리 케인과 함께 공동 5위(8경기 7골 2도움). 공동 1위인 손흥민(8골)과 1골 차다. 리즈는 20팀 중 15위(승점10·3승1무4패)로 부진하지만, 4위 사우샘프턴(승점16)과의 승점 차가 6에 불과할 정도로 중상위권과 격차가 크지 않다.
◇하버드 제안도 뿌리친 수재
185㎝ 훤칠한 키에 아이돌 뺨치는 외모인 뱀포드는 EPL에서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로 통한다. 그는 학창 시절엔 수재(秀才)로 이름을 날렸다. 영국 노팅엄 고교를 다니며 축구 꿈을 키워온 뱀포드는 대부분 과목에서 A를 받고 스페인어·불어·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등 머리가 뛰어났다. 바이올린·색소폰·피아노·기타 등 다양한 악기도 다룰 줄 알았다고 한다. 뱀포드는 19세이던 2012년 미국 명문대 하버드 경제학과에 입학 원서를 냈다. 2부 리그에서 유소년 신분으로 뛰면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버드가 운동 병행 조건으로 장학금을 제안했지만, 마침 그때 첼시가 입단을 제안했다. 갈림길에 선 그는 가족들이 권유한 하버드행을 포기하고 첼시를 택했다.
◇빛 보기 시작한 ‘리즈시절’
하지만 뱀포드의 축구 인생은 순탄치 못했다. 당시 첼시엔 디디에 드로그바, 페르난도 토레스 등 걸출한 공격수가 즐비했다. 그는 더비 카운티 등 임대를 전전했다. 미들즈브러 임대를 떠났던 2015년 2부 리그 36경기에서 17골을 터뜨리며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지만, 여전히 첼시엔 그의 자리가 없었다.
뱀포드는 2018년 리즈 유니폼을 입으면서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다. 리즈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체력, 위치 선정 능력이 뛰어난 그를 미드필더 대신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투입했다. 2부 리그 2019~2020 시즌 45경기 16골 4도움으로 1부 승격을 이끌었다. 종종 마무리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그는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내가 EPL에 걸맞은 선수라는 걸 매 경기 증명해나가겠다”고 했다. 뱀포드가 부족한 점을 채우는 순간 ‘리즈 시절’이 돌아오는 순간은 더욱 빨라질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