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컵을 든 호날두. 그는 유로와 네이션스리그에 이어 월드컵에서도 우승컵을 들 수 있을까. / 호날두 인스타그램

1985년생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한국 나이로는 올해 서른일곱 살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으로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 선두(12골)를 달리고 있다. 페널티킥 골이 4득점을 차지하긴 하지만 그래도 건재를 과시하기엔 모자람이 없다.

호날두는 2019년 방한 당시 계약 내용과 달리 1초도 뛰지 않고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하며 국내 팬들로부터 ‘날강두’란 별명을 얻었다. ‘미안하다’란 말 한마디 없이 한국을 떠난 그는 이탈리아로 돌아가자마자 러닝머신에서 운동하는 영상을 올리며 ‘집에 오니 좋다’고 인스타그램에 적어 불붙은 한국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2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호날두는 국내에선 비호감 캐릭터다.

국내 팬들의 감정과는 별개로 어쨌든 호날두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 당사자들은 신경 안 쓴다고 얘기하지만, 필생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와의 ‘메·호 대전’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FIFA 올해의 선수’ 수상 기록만 봐도 메시가 6회(2009~2012, 2015, 2019), 호날두가 5회(2008, 2013~2014, 2016~2017)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1985년생인 호날두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여전히 위협적인 공격수다. / 호날두 인스타그램

호날두가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 등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만 5차례 들었지만 클럽 커리어로는 비슷하거나 메시가 약간 낫다는 평가가 많다. 메시는 라 리가 우승 10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5회를 하면서 바르셀로나 1군에서만 644골을 집어넣었다. 호날두는 프리미어리그 3회, 라 리가 2회, 세리에A 2회 등 일곱 번의 정규시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호날두의 클럽 통산 득점은 654골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경력에선 포르투갈의 호날두(A매치 170경기 102골)가 아르헨티나 메시(A매치 142경기 71골)에 숫자상으로 앞선다. 결정적으로 호날두는 메시가 품지 못한 대륙간컵 우승 트로피를 가지고 있다. 메시가 월드컵은 물론 코파 아메리카 정상 등극도 번번이 실패하는 사이 호날두는 유로 2016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2018-2019시즌 네이션스리그 정상에도 섰다.

둘의 공통점은 월드컵 우승 트로피가 없다는 것이다. 메시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끌어올리며 골든볼(대회 최우수 선수)의 주인공이 됐지만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호날두의 월드컵 최고 성적은 2006 독일월드컵 4위다.

두 선수에게 2022 카타르월드컵은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대회에서 호날두나 메시가 우승컵을 차지한다면 ‘메·호 대전’은 그대로 끝날지도 모른다.

작년 별세한 디에고 마라도나가 UEFA 유러피언컵 우승 트로피(마라도나는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1989년 UE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없이 1986 멕시코월드컵 우승으로 펠레와 비견될 정도의 레전드로 올라선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FIFA컵의 의미는 크다.

호날두는 최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포르투갈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날두의 꿈은 허황된 것이 아니다.

한때 미친 듯이 유망주가 쏟아져나왔던 벨기에처럼 최근엔 포르투갈 출신 기대주들이 ‘황금 세대’를 이루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그동안 호날두의 ‘원맨 팀’으로 불릴 때가 잦았던 포르투갈의 스쿼드 깊이가 어느새 세계 최고 수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1년 연기돼 올해 열리게 된 유로 2020(2021년 6월 11일 ~ 7월 11일)에서 ‘디펜딩 챔피언’ 포르투갈은 5년 전보다 확 젊어진 멤버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들이 더 무르익을 2022년엔 월드컵 정복에 나선다. 포르투갈의 영건들이 성장할수록 호날두의 마지막 소원인 월드컵 우승 꿈도 여물어 간다.

이쯤에서 젊은 포르투갈을 이끄는 주축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맨유의 브루노 페르난데스(오른쪽)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오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 AFP연합뉴스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유)

- 1994년생의 공격형 미드필더.

- A매치 25경기 2골.

- 작년 1월 맨유 입단해 2월과 6월 PL 이달의 선수상 받으며 센세이션.

- 2019-2020시즌 맨유에서 21경기 12골 8도움.

- 2020-2021시즌에도 15골 9도움으로 맨유를 멱살 잡고 PL 2위까지 끌어올려.

포르투갈이 자랑하는 축구 신성 주앙 펠릭스. / 주앙 펠릭스 인스타그램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1999년생, 2선 어느 곳에서도 뛸 수 있음.

- A매치 13경기 3골.

- 2019년 1억2600만유로로 아틀레티코 최고 이적료를 경신한 최고의 재능.

- 2019-2020시즌 아틀레티코에서 9골 3도움.

- 2020-2021시즌엔 8골 3도움을 기록 중, 라 리가 득점 8위(5골).

리버풀의 공격수 디오구 조타. / 조타 인스타그램

디오구 조타(리버풀)

- 1996년생으로 공격 포지션을 두루 소화.

- A매치 10경기 3골.

- 2019 폴란드 U-20월드컵에서 이강인의 한국을 1대0으로 제압.

- 2019-2020시즌 울버햄튼에서 16골 6도움으로 활약 후 리버풀 이적.

- 2020-2021시즌 9골, 현재 부상으로 전력 이탈.

후벵 디아스(오른쪽)는 향후 오랜 시간 포르투갈의 뒷문을 책임질 대형 수비수다. / AP연합뉴스

후벵 디아스(맨시티)

- 1997년생의 중앙 수비수.

- A매치 24경기 2골.

- 페페와 폰트가 노쇠한 포르투갈에 나타난 대형 센터백.

- 2019 네이션스리그 결승전 최우수선수.

- 2020-2021시즌 맨시티에서 17경기 출전.

후벵 네베스는 울버햄튼과 포르투갈의 중원을 지킨다. / AP연합뉴스

후벵 네베스(울버햄튼)

- 1997년생, 넓은 시야에 킥 능력을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

- A매치 18경기.

- 2018-2019, 2019-2020시즌 연속 PL 7위를 기록한 울버햄튼 돌풍의 중심.

- 2020-2021시즌에도 18경기 나서며 꾸준한 활약.

맨체스터 시티의 풀백 주앙 칸셀루. /AFP 연합뉴스

주앙 칸셀루(맨시티)

- 1994년생의 풀백으로 좌·우 모두 가능.

- A매치 23경기 4골.

- 발렌시아·인터밀란·유벤투스 등 명문 클럽 거쳐.

- 수비수임에도 발 빠르고 드리블도 좋아 ‘크랙’이 되기도.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두 실바. / AFP연합뉴스

베르나르두 실바(맨시티)

- 1994년생, 2선 공격을 두루 소화.

- A매치 51경기 7골.

- 맨시티에서 이미 4시즌째 뛰는 정상급 플레이어.

- 2020-2021시즌엔 아직 골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