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그의 팬이었다.

8월 29일(현지 시각) 프랑스리그 데뷔전을 치른 리오넬 메시가 경기가 끝나고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리오넬 메시(34·아르헨티나)가 30일 파리 생제르맹 유니폼을 입고 프랑스 무대에 데뷔했다. 스타드 드 랭스와 벌인 리그 앙 원정 경기였다.

전반에 출전하지 않았던 메시가 후반 10분이 지났을 무렵 몸을 풀기 시작하자 랭스의 홈 경기장인 스타드 오귀스트-드로네가 들썩거렸다. 후반 21분, 메시는 벤치로 물러나는 네이마르와 포옹을 하고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2만 관중이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외치면서 큰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홈 팀이 0-2로 끌려가고 있었는데도 상대팀 선수에게 이런 환대를 한 것이다. 스페인(FC 바르셀로나)에서 건너와 프랑스를 ‘세계 프로축구의 눈’으로 만들어 준 수퍼스타에 대한 예우였다.

랭스의 골키퍼 프레드락 라이코비치(큰 사진 왼쪽)가 30일 경기 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자신의 아들과 생제르맹 리오넬 메시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작은 사진). 라이코비치는 아들을 위한‘기념사진’을 메시에게 부탁했다. /라이코비치 인스타그램

입장객은 2만525명. 구장 수용인원이 2만1000여 석이니 사실상 매진이었다. 메시가 약 3주 전 생제르맹에 입단하기 전까지 이 경기의 티켓 예매는 6000장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랭스전을 통해 첫선을 보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표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8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재판매된 입장권도 나왔다.

2004년부터 바르셀로나에서만 뛰며 라리가 10회 우승,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 세계 최고 선수를 가리는 발롱도르 6회 수상(역대 최다) 등을 일궜던 메시는 17년 만에 프로 두 번째 데뷔전을 치렀다. 등번호는 바르셀로나 1군 초기에 달았던 30번이었다. 네이마르가 메시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10번을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메시는 자신이 애용했던 10번 대신 30번을 선택했다.

어린이 팬이 메시를 응원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날 20여 분을 뛴 메시는 슈팅을 하거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수비수 2~3명의 압박을 제치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바르셀로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생제르맹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메시를 응원하는 소리를 들으니 좋았다”고 말했다.

생제르맹은 2대0으로 이기며 개막 4연승을 달렸다. 킬리안 음바페가 전반 16분과 후반 18분 골을 터뜨렸다. 메시가 벤치를 지키는 사이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시즌 3골을 기록 중인 음바페는 최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이적을 바라고 있다. 메시에게 치여 입지가 좁아질 것을 염려한다고 알려졌다.

프랑스 리그 데뷔전을 치른 리오넬 메시가 경기가 끝나고 심판들과 인사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음바페의 원맨쇼에도 불구하고 관심은 온통 메시에게 쏠렸다. 랭스의 골키퍼 프레드락 라이코비치는 경기 후 자신의 아들을 안고 메시에게 다가가더니 말을 걸었다. 메시는 웃으면서 아이를 넘겨받았다. 라이코비치는 이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담았다. 아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메시에게 기념사진을 요청한 것이다. 선수도 우러러보는 ‘전설’의 위상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