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둥글다지만, 충격적인 패배였다.
‘아주리(Azzurri·이탈리아 대표팀을 상징하는 푸른색)’가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작년 유럽 축구선수권 챔피언이자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6위인 이탈리아는 25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C조 1차전에서 북마케도니아(FIFA 67위)에 0대1로 졌다. 후반 추가시간에 알렉산다르 트라이코프스키에게 중거리 슛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슈팅 횟수 32-4(유효 슈팅 5-2), 코너킥 횟수 16-0, 볼 점유율 66%-34%라는 일방적인 게임을 하고도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다.
종료를 알리는 심판 휘슬이 울리자 이탈리아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했다. 팔레르모의 렌초 바르베라 경기장을 메웠던 3만4000여 홈팬도 망연자실했다. 특히 결승골을 터뜨린 북마케도니아의 트라이코프스키는 2015-2016시즌부터 4시즌 동안 팔레르모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공격수다. 한때 안방이었던 곳에서 친정 팀 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셈이다.
이탈리아 언론은 ‘지옥’ ‘악몽’ 등의 표현을 썼다. 월드컵에서 네 차례 우승한 축구 강국 이탈리아에 2회 연속 월드컵 탈락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이탈리아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내리막을 걸었다. 2010 남아공·2014 브라질 대회 땐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7년 11월에 열린 러시아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에선 스웨덴에 덜미를 잡혀 60년 만에 예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절치부심한 이탈리아는 로베르토 만치니(58) 신임 감독 체제로 팀을 정비했고, 2018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37경기 무패(28승9무·승부차기 승리 2회는 무승부에 포함) 행진을 했다. 특히 작년 7월 유럽선수권에선 잉글랜드를 꺾고 53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자존심을 찾았다.
이탈리아는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C조)에서도 순항하다 마지막 2경기(스위스·북아일랜드전)를 비기면서 승점 16(4승4무)에 그쳐 스위스(승점 18·5승3무)에 조 1위 자리를 내줬다. 선두 경쟁을 했던 스위스를 상대로 홈·원정 모두 비겼는데, 공교롭게도 조르지뉴(31)가 두 경기 모두 후반에 페널티킥을 놓쳐 승리를 흘려보내야 했다. 유럽선수권에서 ‘중원의 버팀목’ 역할로 주가를 높였던 그에겐 페널티킥 실축이 결정적인 오점으로 남고 말았다. 조르지뉴는 “지금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평생 나를 따라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만치니 감독도 25일 카타르행이 좌절되자 “작년 7월(유로 우승)은 내 경력에서 최고였다. 오늘 패배는 가장 실망스럽다. 축구에선 믿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난다”고 자책했다.
북마케도니아는 30일 포르투갈과 카타르행 티켓을 놓고 단판 대결을 벌인다. 포르투갈은 이날 열린 다른 플레이오프 C조 경기에서 터키를 3대1로 따돌렸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한 북마케도니아는 아직 월드컵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A조에선 웨일스가 가레스 베일의 2골에 힘입어 오스트리아를 2대1로 따돌렸다. 웨일스는 스코틀랜드-우크라이나전(6월)의 승자와 본선 진출을 다툰다. B조에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부전승을 거둔 폴란드가 30일 스웨덴과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스웨덴은 25일 체코를 1대0으로 눌렀다.
아시아에선 본선행 티켓 4장의 주인이 가려졌다. 한국·이란(A조), 일본·사우디아라비아(B조)다. B조 3위인 호주와 A조 3위 대결의 승자는 6월에 남미 5위와 본선 티켓을 놓고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8팀이 경합 중인 북중미 카리브 지역에선 팀당 2경기씩을 남겨둔 가운데 캐나다(승점 25), 미국, 멕시코(이상 승점 22), 코스타리카(승점 19)가 상위권을 이룬다. 3위까지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오세아니아의 승자와 6월에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아프리카에선 이집트-세네갈, 카메룬-알제리, 가나-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모로코, 말리-튀니지가 26일과 30일 홈 앤드 어웨이로 싸워 승자 5팀이 본선에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