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가 월드클래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짜 월드클래스라면 논쟁이 펼쳐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아버지의 발언에 동의합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 4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손 커밍 데이(Son Coming day)’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2018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자만하지 말라는 취지로 “흥민이는 절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손흥민이 활약할 때마다 국내외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아버지의 인터뷰가 회자됐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고 나서도 손웅정씨는 같은 질문에 ‘아직도 월드클래스 아니다’라는 같은 대답을 했다. 손흥민도 “아버지의 의견이기 때문에 거기에 살을 붙일 순 없다”며 겸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PL 득점왕, 뒷이야기가 길다”
이날 손흥민은 지난 시즌 EPL 득점왕을 차지한 소감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엄청나게 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며 “(마지막 경기) 전반을 마치고 ‘멘털’이 나갈 뻔했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득점 1위 무함마드 살라흐(30·리버풀)를 한 골 차로 뒤쫓고 있었다. 노리치시티와의 마지막 리그 경기에서 최소한 동률을 만들어야 했는데, 찾아온 기회들을 전부 놓친 채 전반전을 마쳤다.
손흥민은 “낙담하는 동안 루카스 모라, 스티븐 베르흐바인 같은 팀 친구들이 전부 ‘득점왕을 만들어줄게’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나와 경쟁하는 선수들인데도 그런 마음으로 날 도와준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평소 개인 수상에 대해 전혀 언급 안 하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님도 그날은 ‘소니(Sonny·손흥민 별명)가 득점왕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해줬다. 그런 것들이 득점왕을 한 것보다 더 좋았다”고 했다. 손흥민은 동료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후반전에 2골을 몰아 넣으며, 최종전에서 1골을 넣은 살라흐와 함께 EPL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오는 10일 한국에 들어와 K리그 올스타(13일·서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FC(16일·수원)와 친선 경기를 연달아 치른다. 손흥민은 “너무 설렌다”며 “친구들이 맛있는 곳 많이 데려가 달라고 하는데 잘 몰라서 걱정”이라고 웃어 보였다. 다음 시즌에 대해서는 “다시 제로(0)부터 시작한다”며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고치려고 했던 게 도움이 됐다. 지난 시즌보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임할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됐으면”
“대표팀 주장으로서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끌어서 좋았다. 11월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선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손흥민은 막내였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주득점원으로 뛰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 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세 번째인 2022 카타르 월드컵엔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다. 그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4년에 한 번씩 오는 순간을 부담감 때문에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표팀 소집 때마다 선수들에게 ‘즐겁게, 운동장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지난달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도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나오자’고 말했다. 모두 그렇게 뛰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연이어 득점포를 가동하며 은퇴한 박지성, 안정환과 함께 한국 선수 월드컵 본선 최다 골 타이 기록(3골)을 보유하고 있다. 카타르에서 골을 추가하면 단독 1위로 올라선다. 또, 박지성(2002·2006·2010)의 월드컵 본선 3회 연속 득점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