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한국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 국왕컵 16강전. 알타운에 0-1로 뒤진 후반 추가 시간 알나스르가 극적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천금 같은 기회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포르투갈)가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호날두의 발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넘어 하늘로 솟구치고 말았다. 그는 얼굴을 감싸 쥐었고, 홈 팬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야유도 터져 나왔다. 결국 알나스르는 0대1로 패하며 일찌감치 짐을 싸게 됐다.
이날 탈락으로 호날두는 사우디에서 우승 트로피를 추가할 기회를 또 한 번 잃었다. 호날두는 작년 1월 매년 2억유로(약 300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알나스르 유니폼을 입으며 사우디 무대를 밟았다. 계약은 올 시즌까지. 절반만 뛴 2022-2023시즌 19경기 14골, 지난 시즌 45경기 44골에 이어 올 시즌에도 12경기 9골로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기대와 달리 알나스르에 화끈한 우승 선물을 주진 못했다. 메이저 대회와는 거리가 먼 아랍 클럽 챔피언스컵 트로피를 작년에 딱 한 번 팀에 안겼다.
사우디엔 트로피를 탈 대회가 제법 많다. 정규 리그인 사우디 프로 리그(SPL)와 FA컵 격인 국왕컵이 있고, SPL과 국왕컵 1~2위, 4팀이 나서는 수퍼컵도 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도 나간다. 하지만 호날두의 알나스르는 지난 두 시즌 SPL에서 연달아 2위에 머물렀다. 지난 AFC 챔피언스 리그에선 8강 탈락했다. 작년 5월 국왕컵 결승에선 알힐랄에 밀려 정상 등극에 또 실패했다. 알나스르는 이번 시즌 SPL에선 승점 18(5승 3무)로, 알힐랄(승점 24)과 알이티하드(승점 21)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어 우승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포르투갈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32번 우승을 경험한 호날두가 사우디에서는 사실상 ‘무관(無冠)’의 수모를 당하는 사이 라이벌 리오넬 메시(37·아르헨티나)는 MLS(미 프로 축구) 무대에서 소속팀 인터 마이애미의 고공 행진을 이끌고 있다. 메시가 8회, 호날두가 5회 등 오랜 시간 발롱도르(한 해 세계 최고 축구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를 양분했던 두 축구 영웅은 이제 축구 변방에서 뛰는 탓에 올해는 발롱도르 후보 30인에도 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메시는 화려한 우승 커리어에 숫자를 더하고 있다.
작년 7월 인터 마이애미에 입단한 그는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프로 축구 팀이 북중미 정상을 가리는 2023 리그스컵에서 7경기 10골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메시는 당시 MLS 정규 리그 최하위에 처져 있던 마이애미에 합류하자마자 대회 조별 리그 1차전부터 결승전까지 매 경기 골을 터뜨리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메시가 오자 든든한 지원군이 마이애미에 몰려들었다. 이른바 ‘바르셀로나 동창회’가 결성된 것. FC바르셀로나에서 메시와 함께 뛴 세계적인 왼쪽 수비수 조르디 알바(35·스페인)와 중앙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36·스페인)가 차례로 마이애미에 입단했다. 올 시즌엔 우루과이 스타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37)가 합세해 메시와 함께 MLS에서 각각 20골을 터뜨리며 최강 듀오로 거듭났다. 최근엔 사우디 알힐랄에서 뛰는 네이마르(32·브라질)가 미국 마이애미에 저택을 구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내년 여름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MSN 트리오’라 불렸던 메시와 수아레스, 네이마르는 2015년 바르셀로나의 5관왕을 합작한 멤버다.
메시의 마이애미는 올 시즌엔 MLS 정규 리그 전체 1위에 주어지는 서포터스 실드를 차지하고, 플레이오프에 돌입했다. 승점 74는 MLS 역대 최고 기록.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 등에서 46개의 우승컵을 든 메시는 “마이애미는 내 마지막 클럽이 될 것”이라며 “더 많은 트로피를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