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버햄프턴 황희찬(왼쪽 위)이 26일(현지 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골을 넣은 뒤 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은 영연방 국가에선 ‘박싱 데이(Boxing Day)’라고 해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는 날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팬들에겐 축구 선물을 잔뜩 받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즈음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그1 등은 ‘겨울 방학’에 들어간 것과 달리 EPL 팀들은 3~5일 간격으로 ‘마의 3연전’을 치른다. 1월 11~12일엔 FA컵 64강전도 예정돼 있어 숨 가쁜 일정이 이어진다.

영국 현지 시각으로 박싱 데이에 열린 EPL 18라운드에서 코리안 리거의 희비가 엇갈렸다. 황희찬(28·울버햄프턴)은 EPL 개막 다섯 달 만에 시즌 첫 골을 신고했다. 울버햄프턴은 이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맞아 후반 13분 마테우스 쿠냐가 코너킥을 감아 차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지난 20일 카라바오컵 8강전에서 손흥민에게 코너킥 다이렉트 득점을 허용했던 맨유가 이번에도 코너킥 골을 얻어맞은 것.

다음은 황희찬 차례였다. 후반 29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추가 시간 역습에 나선 쿠냐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내준 공을 오른발 슈팅으로 침착하게 연결해 쐐기골을 꽂았다. 울버햄프턴은 2대0으로 승리, 2연승을 달리며 17위(승점 15·4승 3무 11패)에 올라 강등권(18~20위)에서 벗어났다. 후벵 아모링 감독이 지난 11월부터 지휘봉을 잡은 맨유는 EPL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로 부진을 이어가며 14위(승점 22·6승 4무 8패)까지 떨어졌다.

지난 시즌 EPL에서 12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로 활약했던 황희찬은 올 시즌엔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하고 있다. EPL 12경기 중 첫 두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교체로 나오면서 득점 기회를 쉽사리 잡지 못했다. 이날 득점은 울버햄프턴 유니폼을 입고 지난 5월 맨체스터 시티전(1대5 패) 이후 7개월 만에 기록한 골이다.

토트넘 손흥민은 노팅엄 포리스트전에 나와 81분을 뛰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노팅엄은 전반 28분 안토니 엘랑가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4연승을 달린 돌풍의 팀 노팅엄은 승점 34(10승 4무 4패)로 3위에 자리했고, 리그 2연패를 당한 토트넘은 11위(승점 23)에 머물렀다. 올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 계약이 끝나는 손흥민은 연장 계약에 대한 구단 공식 발표 없이 새해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보스만 룰’에 따라 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인 내년 1월부터 타 팀과 입단 교섭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