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외벽에 손흥민과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왼쪽), 미키 판더펜의 사진이 붙어있는 모습. 토트넘 구단은 7일 손흥민에 대한 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단 토트넘과 동행은 이어가지만 전망은 오리무중이다. 손흥민(33)은 8일(한국 시각) 구단 소셜미디어를 통해 “토트넘을 사랑한다”며 “토트넘에서 보낸 지난 10년은 행복했다. 앞으로 1년 더 있게 됐는데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토트넘은 7일 “손흥민에 대한 연장 옵션을 행사한다. 그와 계약은 2026년 여름까지 유효하다”고 발표했다.

손흥민은 2021년 7월 토트넘과 4년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시즌이 끝나는 여름엔 자유계약 선수(FA)로 풀린다. FA 6개월 전부터 자유롭게 다른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는 ‘보스만 룰’에 따라 새로운 행선지 탐색을 시작할 무렵, 토트넘이 뒤늦게 계약 조항에 있던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했다. 이로써 일단 1년은 더 토트넘에 몸담게 됐다. 토트넘에서만 11시즌을 맞게 된다.

이번 연장 옵션 발동은 양면성이 있다. 손흥민이 올여름 FA로 떠나면 구단은 이적료를 한 푼도 챙길 수 없다. 토트넘 대니얼 레비(63) 회장은 구두쇠로 악명이 높다. 아직 상품 가치가 있는 손흥민을 거저 다른 팀으로 가게 둘 리 없다는 분석. 그래서 일단 2026년 여름까지 묶어 놓고 시장 반응을 보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이번에 연장 계약 발표를 질질 끄는 과정에서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다른 명문 구단 이적설이 나왔으나 실현되진 않았다.

손흥민은 올 한 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로 다가온다. 토트넘에 더 남느냐 아니면 다른 구단에서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느냐. 나이가 30대 중반에 접어든 터라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공격력에서 건재하다는 걸 입증해야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손흥민과 나이가 같은 리버풀 무함마드 살라흐도 연장 계약을 놓고 설왕설래했지만 올 시즌 EPL 득점 1위(18골)를 달리며 활약하자 리버풀이 2년 더 붙잡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알려졌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리그 5골(17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이 ‘8′에서 중단될 위기다.

그가 프로 무대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무관(無冠)’의 설움을 떨치고자 과감히 빅 클럽으로 이적을 꿈꾼다 하더라도 남은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쳐야 괜찮은 러브 콜을 받을 수 있다. 손흥민은 “힘든 시기는 언제나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땅을 박차고 뛰어오를 때다. 다시 올라서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이 리버풀 소속이었다면 더 많은 골을 넣었을 것”이라며 “살라흐가 리버풀에서 보여주는 좋은 모습은 탄탄한 수비가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인데 토트넘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우리가 최고가 되면 손흥민은 부활할 수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손흥민과 더불어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 역시 거취를 놓고 소문이 무성하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아스널이 이강인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 북쪽 지역을 연고로 하는 아스널과 토트넘은 앙숙 관계. 이 이적설이 현실화하면 EPL를 대표하는 라이벌 대결 중 하나인 ‘북런던 더비’에서 두 한국인 스타가 격돌하는 셈이다.

이강인은 올 시즌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벤치를 오가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다만 이강인을 영입하려는 구단은 2023년 PSG가 그를 데려올 때 지불한 이적료 2200만유로의 최소 2배는 줘야 할 것”이라며 “이는 아스널엔 부담스러운 액수라 PSG가 임대를 허락한다면 아스널은 협상 테이블에 나올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PSG는 최소 5000만유로 이적료 제안이 들어와야 이강인을 보낼 것”이라면서 다소 가능성을 낮게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