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33·토트넘)은 쉴 틈이 없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와 UEFA 유로파 리그(UEL), 카라바오컵(리그컵), FA컵을 모두 치르고 있는데, 손흥민은 도미닉 솔란케와 제임스 매디슨, 브레넌 존슨, 티모 베르너 등 공격진이 대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1월에만 8경기(6경기 선발)에 나섰다. 토트넘은 EPL에선 최근 4연패(連敗)를 당하며 15위(승점 24)까지 떨어져 있지만, 리그컵과 UEL에선 선전하고 있다. 리그컵은 리버풀과 4강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뒤 7일(한국 시각) 2차전을 치르며, UEL에선 16강 직행 티켓을 따냈다.

31일 영국 런던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IF 엘프스보리의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최종 8차전에서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아래는 손흥민과 이날 골을 넣은 유망주 세 명. 왼쪽부터 다몰라 아자이, 데인 스칼렛, 마이키 무어. /EPA 연합뉴스·손흥민 인스타그램

토트넘은 31일 IF 엘프스보리(스웨덴)와 벌인 2024-2025 UEL 리그 페이즈 최종 8차전에서 3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17(5승2무1패)을 기록한 토트넘은 4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UEFA 챔피언스 리그보다 한 등급 낮은 유럽 클럽 대항전 UEL에선 1~8위가 16강에 직행하고, 9~24위는 16강 진출을 다툴 플레이오프로 향한다. 라치오(이탈리아)와 빌바오(스페인·이상 승점 1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승점 18)가 1~3위를 차지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손흥민은 이날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레스터 시티와 EPL 23라운드(1대2 패)를 치르고 나흘 만의 출격이었지만, 가벼운 몸놀림으로 왼쪽 측면을 지배하며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엘프스보리 오른쪽 윙백 시몬 헤들런드는 손흥민의 현란한 드리블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손흥민은 전반 23분 왼쪽 측면에서 절묘한 드리블로 수비 3명을 제친 뒤 크로스를 올렸고, 페드로 포로의 헤더가 상대 골키퍼 이사크 페테르손에게 잡혔다. 그는 전반 32분에도 왼쪽 측면을 뚫어 패스를 내줬으나 파페 사르의 슈팅이 페테르손의 발에 걸렸다. 7분 뒤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는데 이번엔 아치 그레이의 슈팅을 페테르손이 손으로 막아냈다.

골키퍼 선방에 막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손흥민은 단연 전반의 주인공이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최근 강행군을 이어가는 손흥민을 배려해 후반 시작과 함께 그를 빼고 데얀 쿨루세브스키를 투입했다. 전반만 뛴 손흥민에게 소파스코어(8.5)와 풋몹(8.3)은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을 매겼다. 스포츠 통계 매체 옵타는 공을 가진 선수가 상대 선수를 제치면서 공의 소유권을 유지하는 것을 드리블 성공으로 정의하는데 손흥민은 이날 드리블을 11회 시도해 10회 성공했고, 옵타에 따르면 이는 UEL 역대 전반 최다 드리블 성공 기록이다.

전반 12개의 슈팅을 때리고도 골문을 열지 못한 토트넘은 후반 신예들이 득점포를 쏘아 올리며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수비수 라두 드리구슈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후반 21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공격수 데인 스칼렛(21)이 4분 뒤 쿨루세브스키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잉글랜드 2부 옥스퍼드에서 임대로 뛰다 최근 복귀한 그의 토트넘 데뷔 골. 후반 39분엔 다몰라 아자이(20)가 스칼렛의 패스를 받아 골대 정면에서 정교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후반 추가 시간엔 2007년생 마이키 무어(18)가 드리블 돌파 후 오른발 슈팅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아자이와 무어 역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터뜨린 첫 골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이날 데뷔 골을 넣은 영건 3총사와 함께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오늘은 토트넘 구단과 아카데미(유스)에 특별한 날이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썼다.

한국의 차세대 수비수 이한범(23)이 벤치를 지킨 덴마크 미트윌란은 페네르바체(튀르키예)와 2대2로 비겼다. 미트윌란은 승점 11을 기록, 20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