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토트넘)의 첫 우승 꿈이 또다시 좌절됐다. 토트넘은 7일(한국 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벌인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 2차전에서 0대4로 완패했다. 지난달 9일 열린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해 유리한 위치에서 경기를 치렀으나 힘없이 무너졌다.

리버풀이 경기를 지배했다. 초반부터 세차게 토트넘 골문을 두드린 끝에 전반 34분 선제골을 넣었다. ‘에이스’ 무함마드 살라흐가 오른쪽에서 띄워준 공을 코디 학포가 골문 왼쪽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선발 출전한 공격수 히샤를리송이 부상당해 전반 추가 시간 이적생 마티스 텔과 교체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리버풀은 후반전 3골을 더 넣으며 토트넘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후반 6분 살라흐가 페널티킥 득점을 했고, 후반 30분 도미니크 소보슬러이, 후반 40분 버질 판데이크가 연속골을 넣었다.

슈팅 수 26-5, 유효 슈팅 10-0, 점유율 65%-35% 등 모든 면에서 리버풀이 토트넘을 압도했다. 손흥민은 슈팅 2회를 기록했다. 후반 33분엔 회심의 왼발 슈팅이 골대에 맞아 아쉬움을 삼켰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평소 실점을 감수하고라도 공격적인 압박 축구를 추구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1차전에서 얻은 1점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적으로 내려앉는 전술을 들고나온 게 오히려 패착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는 경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너무 수동적이어서 리버풀이 주도권을 잡게 내버려뒀다. 우리 정체성과 강점에 맞지 않는 플레이를 하고 도전을 피했다”고 자책했다.

토트넘은 이번 대회에서 17년 만의 우승 트로피에 도전했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현재까지 모든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손흥민 역시 프로 통산 첫 우승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레버쿠젠(이상 독일)과 토트넘을 거치면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고, 태극 마크를 달고도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한 우승이다.

토트넘이 올 시즌 트로피를 들어 올릴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EPL(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선 전체 38경기 중 24경기를 소화한 현재 14위(승점 29)라 우승 가능성이 희박하다. 잉글랜드 FA컵과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 리그(UEL) 우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달 10일 애스턴 빌라와 FA컵 32강전을 앞두고 있고, UEL에선 16강에 진출한 상태다. 우승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지는 건 UEL이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의 수퍼 컴퓨터는 토트넘의 UEL 우승 확률을 라치오(이탈리아·19%)에 이어 둘째로 높은 15%로 계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