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한국 시각)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 파리 생제르맹(PSG)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애스턴 빌라 마커스 래시퍼드(오른쪽)의 쇄도를 PSG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아래 초록색)가 저지하고 있다. PSG가 1~2차전 득점 합계 5대4로 이겨 4강에 진출했다. /A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 팬들에게 2016-2017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은 악몽으로 남아 있다. 당시 바르셀로나(스페인)와 맞붙은 PSG는 1차전에서 4대0 완승을 거두며 8강 진출을 예약한 듯 보였으나 2차전에서 1대6으로 대패하며 탈락,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기적의 희생양이 됐다.

PSG는 지난 10일 UCL 8강 1차전에서 애스턴 빌라(잉글랜드)를 3대1로 꺾었다. 16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원정 2차전에서도 전반 11분 아슈라프 하키미, 27분 누누 멘드스의 연속 골이 터지며 1·2차전 합계 5-1로 앞섰다. 4골 차이면 안심할 법도 했지만, 곧 애스턴 빌라의 불꽃 추격전이 시작됐다. 전반 34분 유리 틸레만스가 골망을 가른 데 이어 후반 10분엔 존 맥긴이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슛으로 한 골을 보탰다. 2분 뒤엔 에즈리 콘사가 마커스 래시퍼드의 컷백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1·2차전 합계 5-4까지 따라갔다. 애스턴 빌라 홈구장 빌라 파크는 폭발적인 열기에 휩싸였다. 빌라 열혈 팬으로 유명한 윌리엄 영국 왕세자도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버밍엄의 기적’을 막은 건 PSG 수문장 잔루이지 돈나룸마(26·이탈리아). 후반 12분 래시퍼드의 슈팅을 기가 막히게 쳐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던 돈나룸마는 상대가 5-4까지 따라붙은 후반 14분 틸레만스의 깊숙한 헤더를 팔을 뻗어 걷어낸 데 이어 후반 25분엔 마르코 아센시오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슈팅을 오른발로 막아냈다. 17세에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뽑힐 정도로 일찌감치 ‘천재 골키퍼’로 이름을 날렸던 돈나룸마는 2021년부터 PSG 유니폼을 입고 있다. 돈나룸마의 선방 쇼에 힘입어 PSG는 더는 실점하지 않으며 2대3으로 패배, 1·2차전 합계 5대4로 2년 연속 4강행 티켓을 따냈다. 최근 주로 PSG 벤치를 지켰던 이강인(24)은 이날도 결장했다.

바르셀로나는 도르트문트(독일)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렸다. 바르셀로나는 이날 UCL 8강 원정 2차전에서 세루 기라시(29·기니)의 해트트릭을 앞세운 도르트문트에 1대3으로 패했으나 1·2차전 합계 5대3으로 앞서며 준결승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