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은 짧았다. 지난 시즌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은 무패로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에 섰다. 2002년 분데스리가와 DFB포칼(독일 FA컵),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치며 절대 우승을 못 한다는 ‘네버쿠젠(Neverkusen)’이란 조롱까지 받았던 레버쿠젠.

그 레버쿠젠이 ‘무적’으로 통하던 바이에른 뮌헨의 12연패(連覇)를 막아내며 창단 120년 만에 첫 감격을 누렸다. 28승6무. 리그 최초로 한 번도 지지 않고 우승을 일궜다.

하지만 빛이 길면 그림자도 긴 법. 그 뒤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이번 2024-2025시즌은 바이에른 뮌헨(승점 72)에 이어 리그 2위(승점 64)를 달리고 있지만, 승점 차가 제법 크다. UCL 무대에선 16강에서 뮌헨에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더 깊은 어둠은 이제 시작이다. 다가올 여름 유럽 이적 시장에서 폭풍우가 밀려들 조짐이다. 레버쿠젠 핵심 인력들을 향한 유럽 ‘빅 클럽’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에 가까운 레버쿠젠이 ‘대기업’(빅 클럽) 공세를 물리치고 이들을 모두 붙잡기는 어렵다.

사비 알론소 감독이 21일 상 파울리전을 1대1로 비긴 뒤 아민 아들리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시즌 무패 우승을 이끌며 ‘젊은 마술사’란 평가를 받은 사비 알론소(44) 레버쿠젠 감독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차기 사령탑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UCL 8강에서 탈락하고 리그에서도 2위에 머물고 있는 데다 카를로 안첼로티(66) 현 감독이 시즌이 끝나면 브라질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알론소가 후보로 급부상했다. 알론소는 현역 시절 5년간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한 바 있다.

올 시즌 15골 13도움으로 레버쿠젠 공격을 이끄는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22)도 떠날 가능성이 크다. 비르츠를 노리는 팀은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바이에른 뮌헨 등. 맨시티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베테랑 케빈 더브라위너(34)와 이별할 예정이라 후계자로 비르츠를 낙점하는 분위기다.

레버쿠젠과 계약이 곧 끝나는 특급 센터백 요나탄 타(29)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바로셀로나 또는 바이에른 뮌헨행이 점쳐지고 있다. 타가 뮌헨으로 온다면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에게 영향을 미친다. 올 시즌 부상 등으로 고전 중인 김민재는 현지 언론에 방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독일 매체 빌트는 “지난 시즌 무패 우승 주역들의 연쇄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레버쿠젠이 곤경에 처했다”고 전했다. 레버쿠젠 봄날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