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올여름 지구는 유난히 더웠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선 48.8℃까지 측정돼 24년 만에 유럽 최고기온을 갈아치웠고, 북미에선 폭염 사망자가 속출했다. 지난 7월 평균기온은 전 세계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폭염과 산불, 홍수와 지진 등 환경문제는 더 이상 영화 속 얘기가 아닌 현안이 됐다.

그렇다. 그토록 귀가 따갑게 들어온 ‘지구온난화’ 얘기다. 의외로 환경은 꽤 매력적인 콘텐츠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러시’에서는 육식으로 인한 산림 파괴가 온난화의 주범임을 역설하고, 드라마 ‘주(Zoo)’에서는 동물들이 인류 멸종을 위해 연합한다. ‘설국열차’ ‘해운대’ 등 국내 감독 영화뿐 아니라 ‘월-E’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 흥행작도 많다. 보도국엔 환경전문기자가 따로 있을 정도로 뉴스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예능만 오면 맥을 못 춘다. 자극적인 볼거리도 없을뿐더러 심각한 소재이기에 웃고 떠들기도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김진호 SBS 예능본부 PD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해외 유명인들의 사례도 부럽다. 전(前)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와 NBC 서바이벌쇼에 출연해 북극곰이 먹다 남긴 연어를 먹으며 줄어드는 알래스카의 빙하를 걱정했다. ‘레버넌트’로 오스카상 트로피를 거머쥔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는 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톱배우들과 K팝 스타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유엔기후변화협약(COP26) 홍보 대사로 위촉돼 활동 중이고, ‘이달의 소녀’ 츄는 따로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생활 속 환경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앞으로도 ‘에코브리티(환경과 유명인의 합성어)’와 미디어의 긍정적 시너지를 기대한다.

재미와 의미와 스타가 함께하는, 유쾌한 환경 예능은 없을까? 흥행을 담보하진 못할지언정 외면하지 않는 것이 탄소배출 불량 국가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콘텐츠 선진국의 도리가 아닐까. 세계적인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말할지 모른다.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펭수가 고향 남극에 돌아가도 슬퍼할 일이 없도록, 방송국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