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처럼 앞과 뒤가 다른 유리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외부 환경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한쪽 면에만 나타나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어 유해 가스에 반응해 경고 문구가 나타나는 유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유용상 박사팀과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 이승열 교수팀은 29일 “양면에 다른 색이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고, 외부 환경에 따라 색이 변화하는 투명 유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의 권위지인 ‘빛:과학과 응용’ 최신 호에 게재됐다.
◇유리 양면에 서로 다른 이미지 표기
만약 투명한 유리 앞면의 색이 붉은색이라면 뒷면에서 봤을 때도 그 색이 투과돼 붉은색이 보일 수밖에 없어 양쪽이 다른 유리를 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공동연구진은 유리 양면에 서로 다른 이미지와 색을 표기할 수 있는 유리를 개발했다.
공동연구진은 머리카락의 1000분의1 두께인 30나노미터 수준의 초박막 금속-유전체-금속 구조를 이용했다. 유전체는 전기적 유도 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이 구조의 상부 금속층과 하부 금속층을 구성하는 나노층의 구성비를 다르게 제작해, 유리의 양면 색상이 다르게 보이는 ‘광학야누스 효과’를 구현했다. 연구진은 한발 더 나아가 가스나 각종 용액 등 유체가 금속층 사이로 스며들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외부 환경에 반응해 색이나 이미지, 메시지, 심볼 등의 정보를 나타내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었다.
◇외부 환경에 반응해 색 변화
연구진이 개발한 초박막형 양면 반전 유리 기술은 고비용의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단순한 증착 공정을 통해 나노구조를 만들 수 있어 제작 단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또한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응용기술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는 기존의 컬러 유리와는 달리 반영구적으로 색상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서 구현된 색은 공작새의 깃털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화려한 색을 보여 인테리어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KIST 유용상 박사는 “외부가스, 액체, 온도, 습도에 따른 색상변화를 일으키는 유리창 제작과 같은 형태로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수소의 유출을 감지할 수 있는 수소저장용 유리 창고, 수소 센서로 사용하기 위한 추가 실험이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