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임신한 상태로 교통사고를 당한 떠돌이 소의 배에서 쓰레기 71㎏이 쏟아져 나왔다. 수개월간 도시를 배회하며 쓰레기를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사건이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에 경각심을 주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인도 하리아나주 파리다바드에서 주인 없는 떠돌이 암소 한 마리가 차량에 부딪혔다. 병원으로 옮겨진 암소는 엑스(X)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암소는 임신한 상태였고, 배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수의사는 암소가 자신의 배를 발로 차며 고통을 호소하자 4시간에 걸쳐 수술을 진행했다. 암소의 위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플라스틱, 구슬, 바늘, 동전, 유리 파편, 나사 등 쓰레기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위장뿐만 아니라 배설기관에도 문제가 발견됐다. 굶주린 암소가 수개월 동안 도시를 배회하며 쓰레기를 먹은 탓으로 추정된다.
의료진은 위장 내 쓰레기를 모두 제거한 뒤 새끼의 출산을 도왔지만 새끼는 출산 과정에서 숨을 거뒀다. 수의사는 “새끼가 엄마 뱃속에서 자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죽었다”고 말했다. 어미 소 역시 3일 후 죽었다.
수술을 집도한 수의사는 “이 일을 한 지 13년간 소에게서 빼낸 쓰레기 중 가장 많았다”며 “우리는 모든 쓰레기를 빼내느라 근육의 힘을 전부 이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들은 우리에게 매우 신성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삶을 돌보지 않는다”며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그들은 쓰레기를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공해 문제와 함께 인도 최대 현안 중 하나로 꼽히는 길 잃은 소 문제를 부각시켰다. AFP에 따르면 현재 약 500만 마리의 소들이 인도의 도시들을 떠돌고 있으며, 많은 소가 거리에 있는 방대한 양의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먹고 있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힌두 민족주의를 주창하면서 엄격한 소 보호 정책을 펼쳐 더 많은 소가 거리를 방황하게 됐다고 AFP는 전했다.
모디 정부 하에서 민족주의가 득세하는 상황을 이용해 ‘힌두 자경단’이라 불리는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소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무분별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힌두교 자경단원들은 쇠고기를 운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이슬람교도들과 하급 힌두교도들을 폭행하고 심지어 살해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은 도축용으로 낡거나 병에 걸린 소를 팔기보다는 버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그 결과 수백만 마리의 소들이 거리로 떠돌게 된 것이다.
인도 동물단체들은 “길거리에 소가 돌아다니고 있다면, 분명 그 소들은 플라스틱 등 쓰레기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가 인도의 크고 작은 모든 도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