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 시각) 기후변화를 “인류가 당면한 최대 보건 위협”이라고 지목하며 각국 정부에 “당장 행동에 나서라”고 했다. 세계 각국이 기후 변화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국제 사회가 보다 강력한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로이터 연합뉴스

WHO는 11일 발표한 ‘기후변화와 보건에 관한 특별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인류가 당면한 최대 보건 위협”이라며 “화석 연료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했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물질이 기후변화뿐 아니라 대기오염을 초래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마리아 나이라 WHO 공중보건환경부서장은 “대기오염을 WHO 권고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면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80%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폭풍, 홍수 등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뿐 아니라 각종 질병이 퍼지는 환경을 조성하고 식량 위기를 부채질한다고 설명했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는 우리에게 인간과 동물, 자연이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줬다”며 “지구를 죽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선택이 인간도 죽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COP26에 참가하는 국가들에게 기후변화와 관련해 결정적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것은 옳은 일일 뿐 아니라 우리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현지 시각)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각국 환경부 장관들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회담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후 정의를 위한 행진'에 참여한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의료·보건 업계 종사자들도 COP26에 더 강력한 기후 변화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 세계 4500만 의료·보건 종사자를 대표하는 300개 단체는 이날 WHO를 통해 공개한 서한에서 “보건 전문가로서 기후변화로 인해 날로 커지는 보건 위기가 코로나보다 더 치명적이고 더 오래 지속될 것임을 알리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했다.

전 세계 200개국은 오는 31일부터 12일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가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지난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 이행 결과에 대한 중간 평가와 함께 새로운 감축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파리협정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 아래 각국이 스스로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실천하기로 한 국제 협정이다. 지난해 만료한 도쿄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탄생했다. 파리협정은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다.

국제사회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하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첫발을 뗐다. 이 협약은 온실가스 감축을 인류 공동의 목표로 설정하고 각국에 포괄적 의무를 부여했다. 도쿄의정서와 파리협정은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계획의 일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