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라는 이름의 코알라는 2020년 7월 25일 호주 시드니의 그로즈베일에서 클라미디아 치료를 받은 후 자연 서식지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위해 구조된 지역으로 이송되고 있다. 어니는 클라미디아로 한 쪽 눈을 잃었다./로이터 연합뉴스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멸종 위기에 몰린 호주의 코알라들이 최근 치명적인 성병으로 존속에 극심한 위협을 받고 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CNN에 따르면 호주 일부 지역에서 코알라에 치명적인 성병 ‘클라미디아(Chlamydia)’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시드니 대학 수의병리학과 교수 마크 크로켄버그에 따르면 2008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구네다 지역에서 클라미디아에 감염된 코알라 비율을 10%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7년 사이 60%로 높아졌고 현재는 85%까지 올랐다.

클라미디아는 주로 짝짓기 중 전파된다. 이에 감염된 코알라는 실명이 되거나 생식기 내 낭종 등으로 인한 불임 또는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클라미디아 치료에 필요한 항생제는 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 잎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장내 세균총을 파괴해 일부는 치료 후에도 굶어 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구네다 뿐 아니라 호주 전역이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알라는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 ‘취약’ 단계로 등록된 멸종 위기종이다. IUCN에 따르면 야생 코알라 개체 수는 10만∼50만 사이로 추정된다. 그러나 호주코알라재단(Australian Koala Foundation)은 실제로는 5만 8000마리 정도에 가깝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큰 산불이 발생하고 가뭄이 이어져 서식지가 감소해 코알라 개체 수는 더욱 줄었다. 여기에 클라미디아까지 더 유행하게 되면 코알라의 원활한 번식 또한 어려워져 멸종 위험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클라미디아에 감염된 코알라./로이터 연합뉴스

호주 정부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높은 기온, 가뭄, 서식지 상실 등 위협적 여건에 노출된 코알라 무리에서 클라미디아가 더 빨리 확산한다”고 밝혔다. 호주 선샤인 코스트 대학 미생물학 교수인 피터 팀스 또한 “코알라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면 대개 감염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며 “서식지 상실에 기후 변화가 더해지면 코알라는 만성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면역 체계는 약화한다”고 말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클라미디아 백신에 매진하고 있다. 백신 개발에 참여한 호주 과학자들은 지난달 코알라 400마리를 대상으로 한 시험을 마쳤다. 백신 개발을 주도한 팀스 교수는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감염률을 낮출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로켄버거 교수는 “백신 전략이 효과가 없다면…국지적인 멸종이 일어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