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65) 전 환경부 장관이 24일 2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 6-1부(재판장 김용하)는 이날 1심이 유죄로 봤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 형량을 1심보다 6개월 낮췄지만, 나머지 혐의는 그대로 인정했다.

법조계에선 “1·2심 판결 모두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재판부는 지난 2월 1심에서 법정 구속됐던 김 전 장관이 신청한 보석도 기각했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된 직후 청와대 대변인은 “이 사건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17~2019년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전(前)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해 그중 13명에게 사표를 받아 내고, 이후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들 임명을 위해 6개 기관, 17개 자리의 채용에 불법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1심 재판부는 사표를 낸 임원 13명 중 12명에 대해 강요와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된다고 했는데, 2심은 4명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임기가 지난 상태이던 일부 인사의 경우 김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사표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환경부 임원추천위원회에 대한 업무방해, 임원들에 대한 강요 혐의도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환경부 산하 기관 각 임원 공모에 지원한 130명은 면접 심사를 준비하며 시간과 비용을 잃었고 결국 심한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이) 사표 제출 강요 등에 대해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보여줘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신미숙 전 비서관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지위에 비춰 내정자 특정 등은 (신 전 비서관이) 단독으로 할 수 없는 행위”라며 다른 청와대 인사들의 관여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정권을 겨냥한 첫 수사였던 만큼 후폭풍도 컸다. 당시 수사를 진행했던 서울동부지검 한찬식 지검장, 권순철 차장검사, 주진우 형사 6부장 등은 승진 탈락 등의 ‘보복 인사’를 당한 뒤 줄줄이 옷을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