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 등 허위 경력으로 활동한 최바오로(71)씨의 조각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성당을 비롯 김대건 신부 묘소 등 한국 천주교 주요 성당과 성지 등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5일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서울 성당·성지 내 최씨 조각에 대한 전수 조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성당 2층 제대에 최씨의 조각인 '그리스도의 만찬'이 걸려 있다. /대치동성당

최씨는 본인을 파리7대학 명예교수를 지낸 ‘세계적인 조각가’라고 소개해왔지만, 실은 사기 전과 6범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본인이 파리7대학 교수를 지냈다고 주장한 시기에 청송교도소에서 복역중이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성당 1층 로비에는 1983년 최씨가 제작한 ‘그리스도의 만찬’ 부조가 있다. 가로 5m·높이 3m의 대형 부조다. 한때는 성당 2층 제대(祭臺)에 설치되었다가 1층 로비로 옮겨진 상태다. 이 외에도 최씨는 서울 양천구 목4동성당에 십자가의 길 14처를 조각하고, 경기 안성시의 김대건 신부 묘소가 있는 미리내성지에도 ‘피에타상’을 조각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최씨의 사기 행각과 관련한 기사가 나온 직후인 지난 24일 서울 성당과 성지 내 최씨의 조각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며 “생각보다 최씨의 조각인 것으로 밝혀진 것 외에도 최씨가 만든 조각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최씨가 조각한 경기 안성시 미리내성지 내 '피에타상'(사진 왼쪽). 사진 오른쪽 위는 대치동성당 1층 로비에 있는 '그리스도의 만찬', 아래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천사상

그러나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현재 한국 가톨릭 전체적으로 전수 조사에 돌입한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최씨의 조각인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조각 철거 여부는 성당과 성지 관계자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한편 최씨의 조각은 서울 외에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천사상 318점, 경북 청도군에는 조형물 9점이 있다. 최씨가 강원 영월군에서 운영하던 종교미술박물관은 지난해 2월 최씨가 전남 신안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입건된 직후인 지난해 4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신안군은 2019년 최씨의 천사상 미술관 개관식에서 최씨를 “파리4대학 졸업, 베를린대학 예술학부 교수, 피렌체 미술관 전속 작가” 등으로 소개했지만 모두 허위였다. 어린 시절 전쟁 고아가 돼 이탈리아로 입양 갔다는 사실도 거짓이었다. 1953년생인 최씨는 10대 초반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 철공소, 목송소에서 일했고 20대 초반부터 상습 사기죄로 여러 차례 복역했다.

최바오로라는 작가가 경북 청도군에 세운 조각상./뉴스1

최씨는 평소 “일본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과 아키타 성모성지 조성에 참여하고, 광주 비엔날레에도 참여했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허위였다. 최씨가 조각했다는 하의도 천사상 318점도 실은 필리핀과 중국의 조각 공장에서 수입한 것이었다.

최씨의 경력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의심을 받았지만 본인은 부인해왔다. 최씨는 2017년 한 종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이가 나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해 인터뷰를 하게 됐다”며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내 자신이 성화(聖畵) 작가라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 성화로 평화와 진리의 한 부분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 나를 만드신 분의 말씀을 전하는 게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