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지 불과 나흘 만에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전국을 할퀴면서 부산과 울산, 강원 등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강원도 삼척에선 불어난 물을 피하던 40대 남성이 배수로에 빠져 실종됐으며, 경북 울진군 매화면에서도 트랙터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6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렸다. 경북 경주 월성 원전에선 태풍의 영향으로 터빈 발전기 2대가 멈춰 섰다.
이번 태풍은 최대 풍속이 초속 30m로 초속 45m를 기록한 ‘마이삭’보다 강도는 약했다. 그러나 마이삭 피해가 복구되기도 전에 또 닥쳐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2명이 실종되고 5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이재민 25가구 41명이 발생했고, 7만5237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시설 피해도 724건이 발생했다.
이번 태풍 피해는 강원도에 주로 집중됐다. 강원도엔 특히 강풍과 함께 시간당 50㎜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주택이 침수되고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 23분쯤 강원 삼척시 신기면 대평리에서 A(44)씨가 배수로에 빠져 실종됐다. A씨는 동료 12명과 석회석 광산 채굴 작업을 하던 중 비가 많이 내리자 철수하다 발을 헛디뎌 배수로에 빠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배수로를 넘으려다 실족해 빠졌고, 곧바로 급류에 휩쓸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낮 12시 30분쯤에는 인제군 북면 용대리 미시령 터널(서울 방면) 출구 인근에서 산사태가 나 양방향 차량 통행이 1시간 30분가량 전면 통제됐다. 고성·양양·강릉 지역에선 하천 범람이 우려돼 대피령이 내려 주민 400여 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경남 거제시 문동동에선 산사태로 토사가 아파트 입구까지 밀려 내려와 주민 수십 명이 긴급 대피했다. 산사태는 이날 오전 7시 5분쯤 아파트 앞 높이 15m 축대 위 산 절개지에서 발생했다. 산사태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차한 차량이 그대로 흙에 파묻혔다. 주민 서용태(68)씨는 “관리실 방송을 듣고 대피하는 중에 ‘쿵' 하면서 산이 울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며 “순식간에 사람들이 다니는 아파트 입구까지 흙이 쏟아져 내렸는데, 인명 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 상동면 대감리에서도 공장 외벽이 산사태로 무너지면서 근로자 1명을 덮쳤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에서는 이날 하루 120㎜ 이상 비가 내리면서 오전 8시 40분 태화강에 홍수 주의보가 발령됐다. 태화강은 수위가 4.5m까지 오르며 태화강 국가정원 둔치와 산책로를 집어삼켰다. 홍수 주의보는 태화강 수위가 4.5m 안팎일 때, 홍수 경보는 5.5m 안팎일 때 각각 발령된다. 주차장도 일부 침수됐으나 사전에 차량이 대피해 피해는 없었다. 현대자동차 울산 5공장도 정전으로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가동이 멈췄다. 강풍이 몰아쳐 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이날 자정부터 오전 11시 10분까지 통제됐다. 또 광안대교도 이날 오전 7시 46분부터 오전 10시 20분까지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부산항대교와 남항대교도 한때 컨테이너 차량에 대해 선별적으로 통제됐다.
기상청은 태풍이 차차 물러나면서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전북과 경남, 한 시간 뒤에는 경북과 충청도 등에 발효된 태풍 특보를 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