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이달 13일 출소 후 살게 될 새집은 어린이집에서 70m 떨어진 곳으로 확인됐다. 이 어린이집을 포함해 어린이집 5곳, 초등학교 1곳이 조두순 집 반경 500m 이내에 분포했다. 조두순이 2008년 잔혹한 성폭행을 저지른 대상은 여덟 살이었다. 이런 상황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안산시 ○○동 주민 A씨는 지난 6일 저녁 담배를 사러 슬리퍼 차림으로 집 앞에 나왔다가 기겁을 했다. 안산시가 출소를 앞둔 조두순을 감시하기 위해 옛집 앞에 설치했던 방범초소가 A씨네 집 근처로 옮겨온 것을 봤기 때문이다. A씨는 “아내가 ‘조두순이 이리로 이사를 온다’고 말했을 때 설마 했는데 실제 초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만 세 살 딸을 둔 한 엄마는 “조두순이 돌아온다는 소문 때문에 다들 불안해서 이사 가야겠다고 난리”라고 했다. 누구 하나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소문은 사실이었다. 본지 취재 결과 조두순 아내는 이 지역의 한 연립주택으로 최근 전입신고를 마쳤다. 거기서 직선거리로 불과 70m 떨어진 곳에 B어린이집이 있다.
그러나 인근 아동시설 원장들조차 조두순의 이사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C아동시설 원장은 “조두순이 정말 나오는지 아직도 모른다”며 “안내가 전혀 없었다. 너무 겁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주민들 사이엔 ‘조두순이 ○○동으로 온다, △△동 쪽이다’ 소문만 무성하다”면서 “학부모들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데 해줄 말이 없다”고 했다.
현행법상 성범죄자 주소지 고지는 ‘출소 후 1개월 내'에 이뤄진다. 그것도 읍·면·동 내의 ‘만 19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만 대상이다. 해당 성범죄자로부터 성폭행당한 피해자조차도 이사를 간 뒤 성범죄자가 같은 동네로 이사하더라도 20세 이상이면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정치권은 이런 문제를 개선한다며 작년 4월부터 ‘조두순법’(전자장치법 개정안)을 도입했다. 재범 가능성 높은 성범죄자에게는 출소 후 전담 보호감찰관을 붙이고, ‘특정 장소 출입금지’ ‘특정인에게 접근 금지’ 등의 준수 사항을 부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조두순에게는 상당 부분 해당사항이 없다. 범행이 법 개정 전 이뤄졌기 때문이다. 법 자체의 한계도 있다. 이번 사례처럼, 아동 상대 성범죄자가 어린이들이 모이는 시설 주변으로 이사를 가는 상황을 조두순법은 막을 수 없다.
해외에선 다르다. 미국의 경우 대다수 주(州)가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학교·유치원·놀이터 등 아동이 밀집하는 모든 장소부터 약 600m 밖으로 제한하는 일명 ‘제시카법’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갈 곳 잃은 성범죄자가 외딴 곳에 혼자 사는 경우도 흔하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를 상담해온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조두순 같은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징역 기간을 마친 후에도 시설 등에서 강제로 치료받게 하는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잔혹 범죄 피해자들을 끝까지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