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9시, 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 주택 앞. 주민들이 내놓은 10~50리터(L)짜리 종량제 봉투 5개가 쌓여 있었다. 비닐 안으로 마스크 쓰레기 여러 개가 보였다. 50L짜리 봉투 하나를 뜯어 보니 김칫국 등 오물이 묻은 마스크 42개가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 이후, 전국에서 쏟아지는 거의 모든 쓰레기 봉투엔 마스크가 들어있다. 국내에서 매일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는 2000만개. 마스크 무게가 평균 4g 남짓임을 고려하면 매일 쏟아지는 마스크 쓰레기는 80t(톤) 수준이다. 우리가 매일 쓰고 버리는 마스크는 어떤 처리 과정을 거치고,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할까. 마스크 쓰레기 처리 과정을 이틀간 추적했다.
20일 밤 11시. 환경미화원들은 서울 중구 다세대 주택 앞에 있던 종량제 봉투를 쓰레기 차량 수거함 안으로 던졌다. 주택가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인근 ‘자원재활용처리장’에서 분류·압축 과정을 거쳐 이튿날 새벽 각각 매립지, 소각장으로 향했다. 한 처리장 담당자는 “쓰레기에 마스크가 많이 섞여 있어 우리도 겁난다”며 “직원들도 코로나 감염 걱정을 하며 조심한다”고 했다. 21일 오전 6시, 자원재활용처리장을 거친 쓰레기를 실은 차량이 속속 인천 매립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립하면 안 되는 쓰레기를 골라내는 검수(檢收) 과정을 거친 뒤 마스크들은 바로 땅에 파묻혔다. 매립지 관계자는 “오후 4시 당일 쓰레기 반입을 마치면, 20㎝ 두께로 흙을 덮는 복토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 자체로 ‘플라스틱 덩어리’인 일회용 마스크 매립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마스크 필터 부분은 폴리프로필렌(PP), 귀걸이 부분은 폴리우레탄이다. 콧등 부분의 ‘철심’만 예외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주 성분인 폴리프로필렌은 썩는 데 450년, 귀걸이 부분의 폴리우레탄은 300년 이상, 철심도 10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 소장은 “사실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한 지 100년 남짓 됐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썩는 데 정확히 몇년 걸릴 것이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폴리프로필렌을 매립하면 수백년 걸릴 것이란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매립되지 않은 나머지 마스크 쓰레기 70%는 소각된다. 21일 오전 10시, 5t짜리 쓰레기 차량이 서울 노원구의 노원자원회수시설로 들어왔다. 주민감시원들이 검수 차원에서 개봉한 20개의 봉투에서 모두 마스크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노원자원회수시설에 따르면, 마스크를 포함한 섬유류 폐기물의 비율은 2019년 11.2%에서 지난해 14.9%로 늘었다. 마스크를 비롯한 쓰레기들은 섭씨 800도 이상 고온 소각로로 이동해 1시간 30분 동안 불태워진다.
소각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온실가스다. 폴리프로필렌 1t을 소각할 경우, 그 3배가 넘는 3.07t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다른 플라스틱 재질인 PVC(폴리염화비닐·1.38t), PET(페트·2.25t)를 태울 때 나오는 온실가스보다 양이 많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페트병을 태울 때보다 36% 많은 온실가스가 나온다. 마스크를 태우는 과정에서 필터 부분인 폴리프로필렌에선 이산화탄소가, 귀걸이에 해당하는 폴리우레탄에선 질소화합물이 배출된다.
다이옥신 배출 가능성도 있다. 다이옥신은 1992년 WHO(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 물질로 규정한 유해 물질로, 체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과 피부 질환 등을 유발한다. 김주식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폴리프로필렌은 그 자체로는 다이옥신을 배출하지 않지만, 생산 과정에서 염소가 포함된 첨가물을 넣는다면 유해한 다이옥신이 나온다”며 “업체들이 넣는 첨가물은 생산 기밀에 해당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태양광과 각종 세균에 노출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첨가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활동가는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다이옥신은 정화 처리하면 대량 배출되지는 않지만, 플라스틱을 태울 때 무조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문제”라며 “온실가스 누적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