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쓰레기 줍는 ‘환경 대통령’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네 시, 지난 5월 22일 서울 개화산에서 유영규(61)씨가 집게와 여러 장의 쓰레기봉투를 들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버려진 쓰레기를 발견할 때마다 모두 주워 담는다. 금세 준비한 쓰레기봉투가 가득 찼다. 궂은 날씨에도 매일 같이 쓰레기를 줍는 유영규씨는 자신이 사는 서울 방화동 일대에서 18년째 환경 정화 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인근 주민들은 그를 ‘환경 대통령’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가 산에서 주워 모은 담뱃갑만 20여 포대가 넘는다. 쓰레기 중에는 땅속에 반쯤 묻혀 발견된 70년대 라면과 과자 봉지들도 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썩지 않은 것들이다. 자신이 모은 쓰레기를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던 그는, 8년 전부터 개화산 한쪽에 쓰레기를 전시하기 시작했다. 유씨는 “환경보호는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분리 배출만 잘하면 그게 바로 환경보호 운동이다”라고 말했다.
◇쓰레기로 작품 만드는 클린 하이커스
등산과 여행을 좋아하는 미대생 출신 김강은(31)씨는 3년째 전국의 산을 다니면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그리고 그가 주워온 쓰레기로 ‘정크 아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서울 안산 정상에서 쓰레기 집게를 들고 있는 도깨비 모습, 인왕산 정상에 ‘쓰레기 NO’ 마스크를 쓴 지구 조형물이 그와 클린 하이커스 동료들이 만든 작품이다. 등산객들이 한 손에 쓰레기를 들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시작한 ‘클린 하이킹’은 어느새 전국에서 100여 명의 청년이 함께하고 있다. 김씨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같은 딱딱한 표어 대신에 쓰레기로 조형물을 만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내 정크 아트를 보고 쓰레기를 줍는 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다를 깨끗하게, 세이브 제주바다
7년 전 유명 휴양지 발리에 서핑 여행을 갔다 온 한주영(39)씨는 바다 쓰레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물 반 쓰레기 반’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해변에 부유물이 떠다녔다. 고향 제주도로 돌아온 그는 한국의 바다를 살펴봤다. 어민들이 쓰고 버린 폐그물부터 플라스틱 가루가 떨어지는 부표에 중국어가 적힌 플라스틱 물병까지 제주 바다 역시 오염되고 있었다. 바다 정화의 심각성을 느낀 그는 서핑을 즐기는 지인들과 함께 비영리 봉사단체 ‘세이브 제주바다’를 만들었다. 지난 3년 동안 200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10t 이상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한씨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제품 사용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친환경 제품 사용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