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높이 108m 목조 훈민정음 기념탑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시와 훈민정음 기념사업회는 세종시 세종동 박물관 단지 인근에 28층, 108m 규모 ‘훈민정음 창제 기념탑’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세종시 관계자는 “28층은 훈민정음 자모음 28자를 상징하고 108m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를 설명한 훈민정음 ‘어제(御製) 서문’의 글자 수 108자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념탑은 관람객이 드나들 수 있는 목조 한옥 형태로 지을 계획이다. 내부에 박물관, 기념관 등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높이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축물이 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은 미국 밀워키의 어센트 타워(86.6m)다.
훈민정음탑 건립 조직위원회 명예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세종시청에서 열린 세종대왕 훈민정음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한글 문화 도시 세종시와 훈민정음 기념사업회가 훈민정음 창제를 기념하는 상징탑을 세종시에 건립하기로 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기념탑이) 민족의 자랑이자 우리 역사의 큰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탑 건립에는 800억원 정도 들 것이라고 기념사업회는 추산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현재 성금을 모금하고 있는데 모금액에 따라 기념탑 규모가 다소 축소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세종시는 정부 지원금을 합쳐 130억원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를 두고 “도시 미관을 고려하지 않은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한 건축공학과 교수는 “훈민정음의 가치를 굳이 높은 탑을 세워 드러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세종시와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예산까지 투입하는 대형 사업인데 시의회나 시민들의 공감대를 먼저 얻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