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충청, 대구, 광주 등지 하늘은 온통 뿌옜다. 초미세 먼지(PM 2.5) 농도는 ‘나쁨’(36~75㎍)을 기록했다. 서울 서초구와 동작구, 서대문구, 강서구, 구로구 등은 한때 초미세 먼지 농도가 70㎍을 넘었고 마포, 양천, 영등포와 은평, 강북, 노원, 도봉 등지도 한때 60㎍이 넘었다.
이 같은 미세 먼지는 최근 휴일마다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설 연휴(11~14일)에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상당수 지역 미세 먼지가 ‘나쁨~매우 나쁨’으로 치솟았고, 지난 20일에도 수도권 등이 ‘나쁨’을 기록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미세 먼지가 악화된 것이다. 유독 외부 활동이 잦은 주말과 휴일에 높은 미세 먼지가 겹치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실정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얼마 전 중국 베이징대 연구 결과를 인용, 초미세 먼지 농도가 ㎥당 1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높아질 경우 불임 위험이 20% 증가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미세 먼지는 한반도 주변 기압의 변화로 대기 정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발원한 미세 먼지가 유입된 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기상청 분석이다. 날씨가 추울 때는 미세 먼지가 잠잠했다가 기온이 오르면 미세 먼지 농도가 함께 치솟고 있다. 22일에도 서울·경기·세종·충북은 미세 먼지가 ‘나쁨’으로 예상됐다. 21일 수도권 등 전국의 낮 기온이 영상 20~25도까지 올라 4월 중·하순 같은 날씨를 보인 데 이어, 22일에도 전국 낮 기온이 영상 9~22도로 예보된 상태. 미세 먼지 공습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가디언이 전한 베이징대 연구 결과는 심상치 않다. 연구팀이 중국 난임 부부 1만8571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10㎍ 올라갈 때 불임 가능성이 20% 높아졌다. 베이징과 허베이, 헤이룽장, 안후이, 저장, 푸젠성 등이 조사 대상 지역이었다. 연구진은 “미세 먼지 농도가 높거나,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임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부부들이 노출된 초미세 먼지 수준은 9.2~93.5㎍으로 다양했고, 중위값은 56.8㎍이었다. 이들이 미세 먼지에 노출된 기간은 평균 5개월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미세 먼지가 불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미세 먼지가 남녀 모두 생식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해외 연구 결과는 더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진은 2019년 생쥐 실험을 통해 초미세 먼지가 정자의 질과 양을 모두 저하시킨다고 발표했고, 미국에서도 여성 600명을 대상으로 한 불임 클리닉의 연구 결과, 미세 먼지에 노출될수록 난자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 먼지가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작년 한국의 초미세 먼지 평균 농도는 19㎍으로 중국(33㎍) 보다 낮았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 홍윤철(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미세 먼지가 일으키는 염증은 다양한 질환 증가를 가져오고 불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미세 먼지의 영향은 역치(閾値·최소한의 자극 세기)가 없이 나타나므로 낮은 농도의 미세 먼지도 악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미세 먼지에 든 중금속 등은 미량만 체내에 들어와도 염증과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미세 먼지는 천식이나 폐 질환 등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고, 노인 사망률도 증가시킨다.
국내 예보 기준으로 초미세 먼지 ‘좋음’은 15㎍ 이하, 16~35㎍ ‘보통’, 36~75㎍ ‘나쁨’, 76㎍ 이상은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다. 지난해는 ‘나쁨 이상’(나쁨이나 매우 나쁨)이 코로나 영향을 받아 27일로 줄었지만, 이전 해는 47일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