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고사목 /조선일보DB

기온 상승과 적설량 감소 등 기후변화로 인해 국립공원 내 고지대에서 나무가 고사하고 바닷가 괭이갈매기의 산란이 줄어드는 등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들이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립공원연구원의 ‘국립공원 기후변화 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설악산 귀때기청봉 분비나무 군락 내 직경 5cm 이상 생육목은 2009년 ha(헥타르) 당 814그루에서 2020년 538그루로 감소했다. 설악폭포 지점에서도 같은 기간 나무가 463그루에서 249그루로 급감했다. 또 오대산 노인봉, 두로봉, 미륵암과 덕유산 향적봉, 지리산 반야봉 등에서도 고사목들이 다수 발견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로 겨울철 강설이 강우로 점차 바뀌고, 눈이 오는 기간도 짧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적설은 지표에 필요한 수자원을 봄까지 장기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며 “겨울철 적설이 감소하면 봄철 가뭄이 악화되어 아고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지리산 촛대봉에는 작년 11월 28일에야 첫 겨울 적설이 관측됐다. 이는 2019년의 첫 적설(11월 19일)에 비해 약 9일 늦고, 2018년(11월 22일) 보다는 6일 늦어진 것이다. 작년 설악산 대청봉과 태백산에서도 11월 20일, 소백산은 11월 21일에 적설이 시작됐다.

괭이갈매기/조선일보DB

또 국립공원연구원이 괭이갈매기 집단서식지들을 조사한 결과, 한려해상 국립공원 홍도에서 번식하는 괭이갈매기의 번식 밀도와 한배 산란수(한 어미가 1회 번식에서 낳는 알 수)가 2011년 이후 작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홍도 일대 괭이갈매기의 먹잇감이 감소한 것과 연관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기온 상승으로 인해 홍도의 괭이갈매기 번식 시작일은 작년 3월 29일로 2011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빨랐다. 이밖에 전국 곳곳에서 산개구리와 박새의 산란이 빨라지고, 복수초와 생강나무의 개화일이 앞당겨지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관측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충남 태안군 궁시도에서 포착된 새끼 괭이갈매기/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