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순부터 이어진 날씨 변덕이 6월 들어서도 잦아지고 있다. 초여름 날씨를 보이다 비가 오면서 서늘해졌다가 다시 더워지는 양상이 되풀이되는 것. 고온 다습한 아열대 기후 특징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낮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 일부에는 예보에 없던 약한 비가 산발적으로 내렸다.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유입된 시속 60㎞의 얇은 띠 모양 비구름 때문에 일부 지역에 비가 왔다”고 설명했다. 6월 들어 세 번째 비 소식(서울 기준). 서울에는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8일 연속 비가 내린 바 있다. 5월은 한 달 내내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내렸다. 5월 강수 일수는 14.4일(잠정)로 1973년 이후 5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강수량은 142.4㎜로 역대 7위다.
반면 2일에는 전국이 낮 최고기온 3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를 보였고, 6일에도 수은주가 30도를 넘기자 부산과 강릉 해수욕장에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아열대와 유사한 날씨
기상청은 최근 비가 잦은 이유를 “한반도 대기 상층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자리 잡은 가운데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비구름이 몰려오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예년보다 이른 장마가 시작됐고, 중국도 지역별로 집중호우가 보고됐다. 기상청은 7~8일 일부 중부지방에 비가 내린 다음 8~9일 다시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찾아오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때 이른 봄 더위에 비도 많이 내리면서 아열대와 유사한 날씨를 보였다. 아열대 기후는 월평균 기온이 10도가 넘는 달이 연중 8개월 이상인 경우를 가리키는데, 지금은 남한 지역의 10% 수준이지만 2080년에는 62.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3~4월 서울의 강수량은 235㎜로 작년 같은 기간(33.2㎜)의 7배를 기록했다. 5월에도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아울러 3~5월 기온은 작년보다 1~3도 높았다. 맑을 때는 무덥다가도 비가 오면 기온이 뚝 떨어져 낮에도 서늘했다.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우박도 내렸다.
이재정 케이웨더 예보팀장은 “지난 3~4월에는 한반도에 전반적으로 고압대가 형성돼 비가 오는 가운데 맑은 날도 많았다”며 “이로 인해 햇빛이 강한 날에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무더위가 이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5~6월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대기 상층에 찬 공기가 위치하고, 그 밑으로는 따뜻한 남서 기류가 유입되면서 대기 불안정이 커져 비가 자주 온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극 기온 상승으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한 데 따른 것이다. 고위도 지역에서 주변 대기의 흐름을 막는 온난 고기압(블로킹) 현상이 겹친 것도 예년과 다른 기후가 나타난 이유다.
◇장마 24~25일쯤 시작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예년처럼 전국적으로 6월 24~25일쯤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록적인 폭우를 보인 작년과 달리 올해 장마철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정도의 비가 예보됐다. 기상청 3개월 전망에 따르면, 6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고, 7~8월에는 비슷한 수준의 비가 올 확률이 높다. 기온은 6~7월에 평년보다 약간 높거나 비슷하고 8월이 되면서 평년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6~8월 평균 기온이 0.4~0.7도 정도 상승하는 지구온난화 추세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지구온난화로 촉발된 다른 지역의 기후변화가 다양한 경로를 거치면서 한반도 날씨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