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의 한 전기차 급속충전소에서 한 시민이 차량에 충전하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12일부터 공공장소에 설치한 급속충전기 사용 요금을 15~21% 인상할 방침이다. /뉴시스

공공장소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기 사용 요금이 오는 12일부터 현재보다 15~21% 오른다. 작년 7월 충전 요금을 한 차례 인상한 데 이어 1년 만이다. 충전 속도가 더 빠른 고출력 충전기를 사용하면 같은 양의 전기를 충전하더라도 더 비싼 요금을 물어야 한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공 전기차 급속충전 요금 제도' 개편안을 5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환경부는 현재 출력기의 규모에 상관없이 1kWh당 255.7원으로 동일하게 책정된 전기차 급속충전기 요금을 오는 12일부터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충전기 출력이 50㎾인 경우는 1kWh당 292.9원으로 15% 올리고, 100㎾ 이상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는 309.1원으로 21% 올리겠다는 것이다. 100㎾ 충전기는 같은 양의 전기를 충전할 경우 50㎾보다 곱절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다. 현재 환경부가 운영하는 급속충전기는 전국에 4780대 설치돼 있는데 이 가운데 50㎾ 충전기는 1800대, 100㎾ 이상은 2980대다.

이번 충전 요금 인상은 정부가 작년 7월 전기차 급속충전기 요금을 47% 올린 이후 1년 만에 나온 조치다. 당초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으로 2017년부터 전기차에 대한 ‘특례 할인’이 적용됐으나 현 정부가 지난해에 이를 대폭 축소한 데 이어 이번에 또 요금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16년 1kWh당 313.1원이던 전기차 급속충전기 사용 요금은 2017년 1월~2020년 6월까지 173.8원에 운영되다 작년 7월부터는 255.7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번 인상 결정으로 100㎾ 고속 충전기 사용 요금이 309원으로 책정되면서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은 사실상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

전기차 이용자의 월 충전 요금 부담은 1만원 정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대차 ‘코나’를 기준으로 월 1100㎞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월 충전 요금이 기존 5만원에서 5만7000~6만원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다만 내연기관차의 ‘연비'에 해당하는 전기차의 ‘전비’가 차량 브랜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실제 부담하는 인상분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렇게 되면 디젤 차량을 끄는 것보다 전기차 유지비가 더 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신 이번 인상 조치로 한전 수익은 연간 24억~30억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전기 요금 인상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 요금 혜택까지 사라지면서 탈원전 부작용 책임을 전기차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측에 전기 요금 인하 기간 연장을 요청했으나, 추가 연장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7월부터는 전기차 충전 요금 혜택이 완전히 없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탄소 중립'을 표방하며 전기차를 대폭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전기 충전 요금은 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기차를 2050년까지 크게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환경부가 지원하는 충전기 설치 보조금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환경부가 지원하는 완속 충전기 보조금의 올 하반기분(120억원)은 공고가 뜬 이달 1일 당일에 바닥이 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는 완속 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