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35% 이상’으로 명시한 ‘탄소중립기본법’이 19일 통과했다. 이에 따르면 당장 올해부터 매년 2402만t씩의 탄소를 줄여야 한다. 현대제철이 1년간 배출하는 양(2224만t)보다 많다. 실제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 산업계와 차기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NDC는 작년 12월 환경부가 발표한 ‘2017년 순배출량(6억680만t) 대비 24.4% 감축’이다. 탄소중립법에 담긴 ‘2018년 순배출량(6억8630만t) 대비 35% 이상 감축’은 이보다 목표치를 67% 올린 것이다. 감축 목표량이 35%로 정해질 경우,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총 2억4021만t 탄소를 줄여야 한다. 포스코의 한 해 탄소배출량이 8148만t인 것을 감안하면, 포스코 가동을 3년간 멈추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법안에 ‘35% 이상’으로 명기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만들어질 시행령에는 감축 목표가 40%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수년~수십년 전 탄소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장기간 하향세를 그려온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단기간 많은 양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

NDC 달성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정부는 탈(脫)원전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다. 2030년 국내 원전은 18기(총 20.4GW)가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해 원전 발전량은 17.3GWy로, 국내 전체 에너지의 26%를 차지할 전망이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탈석탄이 필수고, 다른 에너지원이 석탄 몫을 대신해야 한다. 탄소 배출이 없고 효율이 높은 원전이 유력한 대안이지만, 정부는 탈원전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신규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는 9.5GW 늘었다. 전체 에너지원 중 발전량은 6.6% 수준이다. 4년간 정부가 벌여온 ‘재생에너지 속도전’에 비해 더딘 증가세다. 산림 훼손, 생태계 파괴, 주민 갈등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정부 구상대로 빠르게 진척되지 않은 탓이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간헐성과 송·배전망 등 문제가 남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가 안정적인 전력 수급원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산업계도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탄소중립법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국민 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산업계 의견 수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축 목표 하한선을 법제화하는 것은 합리적인 목표 설정을 방해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NDC가 어려운 과제지만 목표를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태양광·풍력발전 비중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기간산업에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35% 이상 감축’이 모든 부문에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이해 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했다. 법안 통과 후에야 비로소 산업계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정부가 실현하기 어려운 탄소배출량 ‘숙제’를 후대에 던져 놓고, 그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