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지역의 공기 질이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적으로 중국발(發) 미세 먼지의 영향을 덜 받는 시기인 데다, 중국 내 석탄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진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서울시 대기환경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9월 서울의 초미세 먼지(PM 2.5) 평균 농도는 7㎍/㎥로 2014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월별 기준으로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최저치는 2018년 9월 기록한 10㎍/㎥이었다. 미세 먼지(PM 10) 농도도 지난달 평균 14㎍/㎥로, 1995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다. 그전까지는 작년 9월 기록한 19㎍/㎥가 가장 낮았다.


◇17개 시·도 9월 초미세 먼지 ‘좋음’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9월의 대기질은 깨끗했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의 월평균 초미세 먼지 잠정치는 8㎍/㎥, 미세 먼지는 16㎍/㎥이다. 작년 같은 달(초미세 먼지 12㎍/㎥·미세 먼지 22㎍/㎥) 대비 30% 정도 개선된 것이다. 초미세 먼지는 일평균 15㎍/㎥ , 미세 먼지는 30㎍/㎥ 이하일 때 ‘좋음’으로 판정한다.

9월 전국 미세 먼지 농도

전문가들은 지난달 대기질이 깨끗해질 수 있는 기상 조건이 형성됐다고 지적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보통 9월은 동쪽에서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시기다. 미세 먼지 오염이 가장 심한 12월에서 이듬해 3월에는 강한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는데, 가을철에는 반대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중국발 미세 먼지 유입이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뒤늦게 찾아온 태풍의 덕도 봤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중순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 ‘찬투’와 일본 남동쪽을 지난 ‘민들레’가 중국발 미세 먼지를 밀어내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태풍이 오면서 지난달에는 비도 많이 내렸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석탄 부족 사태로 석탄 발전이 제한되고 또 이에 따른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률이 감소한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내 미세 먼지 배출량이 줄어들면서 그나마 유입되는 미세 먼지가 적어졌다는 얘기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미세 먼지 수치는 중국 내 미세 먼지 배출량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했다.

이종태 고려대 보건과학대 환경역학연구실 교수는 “올 9월은 대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기상 조건과 중국의 석탄 발전량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영향으로 의도치 않게 대기 질 개선 효과를 본 셈이지만 방심하지 말고 향후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한 더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후 경유차 폐차 등 정책 효과

서울의 미세 먼지 수치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1~9월을 기준으로 2019년에는 서울 초미세 먼지 평균 농도가 26㎍/㎥이었지만, 지난해 20㎍/㎥, 올해 19㎍/㎥으로 떨어졌다. 서울시는 “동풍이나 남풍이 많이 부는 가을은 중국발 미세 먼지 영향을 적게 받는 계절”이라면서도 “국내에서 그동안 시행한 각종 미세 먼지 저감 대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03년부터 작년까지 18년 동안 ‘노후 경유차 저공해 사업’을 벌였다. 배출가스 5등급 경유 차량을 조기 폐차하거나 매연을 줄이는 장치를 부착하는 등 조치를 취한 차량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작년 말 기준 약 19만8000대를 폐차했고, 약 21만8000대에 매연을 줄이는 장치를 다는 등 총 49만대의 노후 경유차 먼지를 줄이는 정책을 썼다. 또 2015년부터 10년 이상 된 가정용 보일러를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하는 사업도 벌였다. 2015년부터 지난 6월까지 37만대의 친환경 보일러가 보급됐다.

한편, 일부에서는 국내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활동 감소가 최근 미세 먼지 배출량 감소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하동준 서울시 대기정책과장은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교통량은 거의 예년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어서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