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서 포착된 부화 28일째의 뿔제비갈매기 새끼(앞). 오른다리에 가락지가 부착돼있다. /국립생태원

지구상에 1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뿔제비갈매기가 국내에서 번식에 성공했다. 지난 2016년 뿔제비갈매기가 전남 무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새끼를 낳은 것은 5번째다.

12일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지난 3월부터 4월 사이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 7마리의 뿔제비갈매기가 찾아왔고 그 중 한 쌍이 새끼 1마리를 번식했다고 밝혔다.

뿔제비갈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급’으로 등재된 종이다. 야생 절멸 직전 등급으로 전 세계에 생존 개체가 얼마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다.

1937년 이후 63년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됐던 뿔제비갈매기는 2000년 중국 푸젠성의 마츠섬에서 4쌍의 번식 개체가 다시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중국 일부 섬에서 소수가 번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남은 뿔제비갈매기가 100마리 미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4월 국립생태원의 무인도서 자연환경조사 과정 중 처음 발견됐다. 현재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지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육산도와 중국 지역의 섬 4곳 등 모두 5곳 뿐이다.

뿔제비갈매기가 번식에 실패하는 요인은 사람들의 간섭이나 같은 속의 큰제비갈매기와의 교잡 등으로 알려졌다. 알 발생 단계에서 폐사하거나 태풍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국내 번식지인 육산도는 출입이 통제돼 사람들의 간섭이 없고, 종이 다른 괭이갈매기와 함께 서식하고 있어서 교잡의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 뿔제비갈매기의 번식 시기인 4~6월 태풍 영향이 없다는 점도 뿔제비갈매기 서식지로서 좋은 조건이다.

지난 6월 부화 21일째 뿔제비갈매기 어미 새와 새끼 새의 모습.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은 2016년 육산도에 폐쇄회로(CC)TV와 무인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매년 뿔제비갈매기 번식을 모니터링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는 3월 말 도착해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에 산란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가 25~27일 만에 부화하고, 38~43일쯤 부모 새와 함께 비행을 시작한 뒤 7월 말 번식지를 떠나는 과정도 확인했다.

올해는 지난 4월 15일 산란했다. 6월 16일 부화 36일째인 새끼가 부모 새와 비행 연습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편 올해 고해상도 사진을 분석한 결과 올해 찾아온 7마리가 작년에 찾아왔던 개체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은 올해 번식을 하지 않은 어른 새 한 마리와 새끼 한 마리에 개체 표식을 위한 가락지를 부착했다.

유호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국내 집단의 특성, 월동지까지의 이동 경로, 중국 번식 집단과의 관련성 등을 밝히기 위한 생태 연구를 지속해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뿔제비갈매기 7마리가 지난 3~4월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 도래했다./국립생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