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낙동강 일대에 발령된 ‘녹조 경보’가 4대강 사업 이후 지난 10여 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여름은 과거보다 덥고 비는 적게 와서 녹조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녹조가 이 정도로 창궐한 데에는 다른 주요 이유가 있었다. 최근 낙동강 일부 수질 측정 지점에서 오염물질이 과거보다 많이 유입돼 수질이 나빠지면서 녹조 창궐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4년간 수질 개선을 한다는 이유로 4대강 보 개방을 주도해온 환경 당국이 실제로는 수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올해 낙동강 녹조 경보 2배로 증가”

12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연도별 조류(녹조)경보제 발령 현황’에 따르면, 올 1~9월 낙동강 10여개 측정 지점에서 발령된 경보는 총 491회로 작년 같은 기간(247회)의 거의 2배로 늘었다. 지난 2013년 4대강 사업 완료 이후 보를 정상 운영하던 시기(2013~2016년 1~9월 연평균 225회)와 비교해도 2.2배로 증가했다. 녹조 경보는 물 1mL당 남조류 세포 수가 1000개를 넘으면 ‘관심’, 1만개 이상이면 ‘경계’ 등의 단계로 발령된다. 특히 올해는 2015년과 2018년 등 녹조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비해 일부 강도는 덜하지만 녹조 체류 시간은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대강 녹조경보 발령 현황 /자료=환경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

낙동강은 길이 510㎞로 강원부터 대구·경북, 부산·경남까지 도시와 공단, 농촌 지역을 관통한다. 환경부는 올해 녹조가 심상치 않자 하수처리장의 방류 기준을 강화해 오염물질을 더 틀어막고 낙동강변 야적 퇴비 조사 활동도 대폭 강화했다. 이후 올여름 보 주변을 포함한 낙동강 일대에서 녹조가 창궐하자, 일부 시민단체는 “4대강 보를 더 열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올해의 경우 짧은 장마와 이른 폭염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녹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2017년부터 낙동강 7개 보 가운데 하류의 강정고령, 달성, 합천창녕, 창녕함안보 등 4개 보를 부분 개방하면서 “4대강 보 설치 이후 늘어난 녹조를 줄여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올 들어 보 개방을 했는데도 녹조가 창궐하자 날씨 탓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보 개방 집착, 수질 관리 실패했나”

통상 녹조는 인(P), 질소(N) 등 오염물질의 유입량이 증가한 상태에서 수온이 상승하고 햇빛을 많이 쬐거나, 물이 정체돼 있을 때 더 많이 증식한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이번에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적어서 녹조가 많이 발생했다”고 했다. 하지만 강정고령보에서 측정한 8월 수온은 28.6도로 지난 5년간(26~28도)에 비해 약간 높은 정도이고 창녕함안보의 8월 수온은 2018~2019년에 비해 오히려 낮았다. 또 보 개방으로 유속은 빨라졌지만 전체적인 강의 수량은 줄어든 상태에서 녹조가 다량 발생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낙동강 주변 농경지와 축사 등으로부터 상시 유입되는 인과 질소가 녹조 증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환경부 오염총량측정망에 따르면, 합천창녕보 인근 지점에서 올 들어 26차례 수질 조사 중 23번은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목표 수질 기준(1.2mg/L)을 넘어섰다. 강정고령보 인근 지점에서도 BOD 기준이 16차례 초과됐다. 김성원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 개방에만 집착해서 유역 주변 오염원 관리에는 소홀했던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4대강 유역 수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목표 수질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지자체들이 향후 수조원을 투입해 하천 주변 오염물질 저감 등 수질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