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인 현진오(58·사진)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우이령보존회와 동강 보호 운동 등 왕성한 현장 활동을 병행해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쉬엄쉬엄 관찰하며 등산하자는 뜻의 ‘꽃산행’을 통해 교사 등 수백 명에게 식물 분류 교육을 제공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식물 자생지 1000여 곳을 찾아 멸종위기종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보전 활동도 했다.
그는 지난 1998년 4월 인천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을 발굴해 국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제주 오현고, 서울대 식물학과를 나와 순천향대에서 박사학위(보전생물학)를 받았다. 지난 2월에는 대학교수가 아닌 민간 출신으로 53년 만에 첫 한국식물분류학회 회장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동북아 멸종위기종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동북아 곳곳을 찾아다닌 이유는.
“한반도의 북방계 식물은 히말라야로부터 한반도로 남하했다. 우리 식물 4000여 종 가운데 1000여 종이 북한에 있다. 식물학자들은 북한을 못 가니까 그 주변의 만주·러시아·일본을 통해 식물의 원류를 확인하는 것이다.”
–30여 년간 ‘꽃산행’ 식물 교육을 했는데.
“주변 분들과 ‘꽃 보러 산에 가자’고 시작했는데 교사분들과 모임 등으로 점점 확대됐다. 선생님들이 식물에 대해 배우면 수천·수만 학생들에게 전파돼 효과가 크다.”
–종(種) 다양성은 무엇을 말하나.
“180만종의 생물이 그중 1종인 호모사피엔스와 똑같이 지구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인류는 지능이 높으니까 다른 종들을 보호할 의무까지 있다고 본다.”
–종 다양성을 증진하려면.
“외국에선 어릴 때부터 종의 분류법을 가르친다. 우리나라도 학교에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빠지면 절름발이 환경 교육이다. 종의 증식도 중요하고, 소규모 식물 보호 구역도 곳곳에 늘려나가야 한다.”
–식물에 대해 배우는 방법은.
“가급적 식물원보다 산과 들로 나가라고 권한다. 환경보호에 굳이 캐치프레이즈가 필요 없다. 꽃과 풀을 들여다볼수록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