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메르세데스 벤츠. /AP 연합뉴스

고급차의 대명사 벤츠가 국내에서 판매한 디젤차에 대해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벤츠는 작년에도 환경부 조사에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밝혀져 관련 과징금으로는 최고액인 642억원을 부과받았는데, 같은 수법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한 차종이 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환경부는 3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와 스텔란티스코리아가 2013~2018년 판매한 디젤 차량 6종 4754대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두 업체를 형사 고발하고 벤츠와 스텔란티스에 각각 43억원, 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또 문제가 된 차종의 배출가스 인증을 취소하고 리콜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이번에 적발된 벤츠 차량은 G350d, E350d, E350d 4matic, CLS350d 4matic 등 4종 2508대다. 이 차량들은 인증 시험 때와 달리 실제 주행에서는 미세 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을 실내 인증 기준(0.08g/㎞)보다 약 8배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에 설치된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 장치(SCR)가 핵심 물질인 요소수를 실내 시험에서는 정상적으로 분사하다가 차가 도로를 주행할 때에는 적게 분사하도록 프로그램이 설정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벤츠가 연비 향상을 노리고 차량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요소수 탱크를 작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소수 분사량도 적어지도록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가 판매한 지프 체로키, 피아트 프리몬트 등 2종 2246대의 경우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EGR) 가동률을 낮추는 수법을 썼다. 엔진 예열 상태에서 시동을 걸고 주행할 때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유로5 실내 인증기준(0.18g/㎞)의 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벤츠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한 GLC 220d 등 12종 3만7154대의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이번에 적발된 것과 같은 수법을 썼다. 이후 환경부가 다른 벤츠 디젤 차량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배출가스 조작을 한 차량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도 2019년 지프 레니게이드와 피아트500X의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73억원)과 리콜 명령 등 처분을 받았다.

환경부의 이번 처분에 따라 벤츠코리아와 스텔란티스코리아는 45일 이내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정부가 계획서를 승인하면 해당 차량 소유주에게 안내가 가게 된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환경부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의견을 전달하고 관련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