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등 잇단 감염병 창궐, 올여름 큰 수해와 열흘 새 태풍 세 개…. 이런 현상이 관련이 있을까.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신종 코로나 사태는 “굉장히 생태학적인 사건”이라며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올여름 큰 수해도 기후변화와 연관해 생각해야 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 극한 기후를 많이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최 교수를 만나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보았다.
-생태학자로 이번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굉장히 생태학적인 사건이다.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고 끝났다. 중간에 많이 죽어서 저절로 사회적 거리가 생겼다.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니라 자기가 의지를 갖고 다음 몸으로 향할 수 없다. 거리 두기만 확실히 하면 못 옮기는 것이다. 결국은 끝날 일인데 우리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자연계에서 늘 벌어지는 일이지만 규모가 이렇게까지 대단한 경우는 별로 없다. 어떻게 끝날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우리 하기 나름이다.”
-지구온난화와 코로나 확산이 관계 있나.
“분명히 관계가 있다. 사람들은 확실한 인과관계를 좋아하는데 지구온난화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 환경 파괴가 다 신종 코로나와 연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번 사스·메르스 바이러스도 박쥐에게서 왔는데 박쥐는 기본적으로 열대 포유동물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아열대화한 온대 지방으로 분포를 넓혔다. 박쥐와 우리가 물리적으로 가까워진 것이다. 박쥐는 온대로 밀려오는데 우리는 나무를 자르고 길을 내면서 그들이 살아야 할 공간을 먹어 들어가고 있다. 서식지를 잃는 동물이 뒤섞이고 우리가 옛날보다는 자주 야생동물과 접촉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찾아오는 주기도 짧아질까.
“나도 그렇고 그렇게 예측하는 전문가가 많다. 우리가 팽창을 멈추지 않으면 야생동물이 살 공간은 점차 줄어들 거고 그러면 그들이 움직이는 동선과 우리 생활공간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러면 찾아오는 주기가 점점 짧아질 것이다. 이는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20세기에는 20~30년 간격으로 유행병이 터졌는데, 21세기 들어와 2002년 사스에서 출발해 메르스·에볼라·지카 등 바이러스 유행병이 2~3년 간격으로 터지고 있다. 이러다 보면 거의 매년 지구상 어딘가에서 에피데믹(국지적 유행) 수준의 유행병이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2주만 나라를 셧다운해보자는 주장을 여러 번 했는데.
“진화적인 사고에 의하면 가능한 일이다. 2주만 확실하게 이동을 멈추면 바이러스가 못 옮겨가니까 그 상태로 리셋(reset)되는 것이다. 그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단순한가?(웃음). 미국 국민이 마스크 쓰는 것을 거부하는 것을 보면, 내가 유학 때 15년 살던 미국이 맞나 생각이 들 정도다. 자유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리 국민이 보여준 수준은 과학의 영역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전 국민이 과학을 이해하고 서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참에 과학을 신뢰해주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올여름 큰 수해가 심했는데 이것도 기후변화와 연관 있나?
“1995년 서울대 교수로 처음 부임했을 때, 파나마·코스타리카 열대 숲에서 맞던 비가 서울에 쏟아지는 것을 보고 한국이 아열대화하는 것 같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지금은 훨씬 분명해졌다. 우리나라는 절기가 있는데 절기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왔으니 기후변화라는 거다. 우리나라는 원래 생물 다양성이 높고 복합적인 생태적 요소를 많이 갖고 있는 나라다. 그래서 더욱 앞으로 극한 기후를 많이 겪고 변동 폭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체감하는 정도가 굉장할 것이다. 금년에는 비가 많이 내려 고생했지만 몇 년 후에는 가뭄으로 굉장히 고생할 수 있다고 감히 예언한다. 걱정이 많다.”
-신종 코로나와 기후변화는 어느 것이 더 위험한가.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 위기다. 팬데믹보다 휠씬 무서운 것이다. 팬데믹은 아픈 사람 나오니 대응하는데 기후변화는 ‘상황이 안 좋은 것 같기는 한데 글쎄’ 하면서 대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가버릴 것이다. 정말 이제야말로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왔다. 그래서 얼마 전 한 강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저 두려운 수준이라면 기후변화 위기는 나를 포함한 인류를 멸절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 바보’라고 표현했는데.
“우리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미적지근하게 하는 게 좀 답답하다. 웬만한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선언했는데 우리는 ‘그린 뉴딜’을 거창하게 벌이면서도 그걸 담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기후변화에 제일 크게 당하는 나라가 투발루(남태평양 오세아니아 부근 섬나라.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국토가 점점 잠기고 있다)로 보일지 모르지만, 복합적으로 따져볼 때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당하는 몇 나라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일 먼저 우리를 옥죌 수 있는 것이 식량 문제일 것이다. 좀 사는 나라 중에선 우리나라가 식량 자급도에서 최악이다. 반도체로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식량을 사오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피해자가 아닌 것처럼, 다른 나라에 좀 미안해하면서 슬금슬금 피하고 있다. 우리가 제일 크게 당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해수면 상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복합기후대에 놓여 있어서 어떤 한 곳이 삐끗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복합적인 기후 문제를 겪는 등 아주 어려운 상황에 들어갈 수 있다.”
-생태 백신, 행동 백신이 정답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인가.
“자꾸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코로나 종식이 어렵다고 하는데, 종식은 원래 불가능하다. 인류가 백신으로 바이러스를 종식시켜본 것은 천연두 하나 정도다. 좀 더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행동 백신, 생태 백신은 크게 돈 안 들이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 국민이 성실하게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 두기 등 성공적으로 행동 백신을 투여한 나라 중 하나다. 바이러스가 나타나도 전 국민이 행동 백신을 맞고 사태를 키우지 않는 것이다. 충분히 좋은 백신이라고 생각한다. 행동 백신은 벌어진 다음 할 수 있는 일이므로 행동 치료제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생태 백신이 진짜 백신이다. 이번 경우에도 천산갑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80만명 이상이 죽고 세계 경제가 폭삭 망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백신은 모두가 같이 맞아야 효과가 있다. 생태 백신은 더 원천적이고 근원적인 의미에서 해볼 만하다. 생태 백신이라는 표현에 수긍해준다면, 78억 세계 인구가 다 같이 자연을 존중하고 야생동물을 함부로 다루지 않으면 굉장히 근본적인 해결책이니 백신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아주 불편한 진실’과 ‘조금 불편한 삶’은 뭘 말하는 건가
“2006년 앨 고어의 환경 고발 비디오 제목이 ‘불편한 진실’이다. 지금 와서 보면 그 사람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사태는 훨씬 나빠졌다. 그래서 ‘아주 불편한 진실’이라고 했고, 조금 불편한 삶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조금 불편한 삶을 살기로 각오하면 풀어낼 수 있는 문제다. 되도록 걷고 대중교통 이용하고 가방에는 작은 쇼핑백을 넣어다니며 비닐봉투 안 쓰는 것이다. 나는 10년째 집에서 대학까지 왕복 7㎞를 걸어 다니고 있다.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변할 것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번에 역설적으로, 코로나로 사람들이 잘 나오지 못하자 공기가 깨끗해지는 것 보지 않았나.”
[한국 기후변화 보고서 2020]
점점 더워지는 한반도… 세기 말엔 사과재배 불가, 감귤은 강원도까지 북상
한반도는 기후변화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기상청과 환경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1880∼2012년 전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가 0.85도 상승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1912∼2017년 1.8도나 상승했다. 더 짧은 기간에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1980년대 12.2도, 1990년대 12.6도, 2000년대 12.8도, 2011∼2017년 13.0도로 꾸준히 올라 온난화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한반도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는 10년마다 0.89일씩 증가했고, 여름철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발생일수는 이보다 많은 0.96일씩 늘어났다.
그럼 이번 세기 말엔 우리나라 온도는 어느 정도까지 오를까. 온실가스 감축 노력 정도에 따라 최저 2.9도, 최고 4.7도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엔 2.9도, ‘현재 추세로 저감 없이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엔 4.7도 상승한다는 것이다. 평균 해수면은 37.8∼65.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같은 기후 변화는 우리나라 생태계 분포와 종·재배작물에 상당한 변화를 줄 전망이다. 2090년 벚꽃 개화 시기는 현재보다 11.2일 빨라지고, 2080년대 소나무숲은 지금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벼 생산성은 25% 이상 감소하고, 사과 재배 적지는 사라지고, 감귤은 강원도 지역까지 재배가 가능할 전망이다. 강원도가 지금 제주도 기온을 보이는 셈이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폭염일수는 현재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 35.5일로 3.5배가량으로 증가할 전망이다.